[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군대에서 소나기는 기상 현상 이외에도 다른 의미를 갖는다.
'나의 소중한 병영일기'라 하면 웬만한 예비군들은 눈치챌 듯하다. 아마 군번이 좀 앞선다면 '수양록'이란 이름이 보다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소나기' 혹은 '수양록'은 대한민국 육군 및 해군에서 훈련병 때 지급하는 군 보급품 중 하나다.
사실상 하나의 노트인데 쉽게 설명하면 '군인용 일기'라 생각하면 된다.
소나기를 처음 받은 훈련병들은 대체로 열심히 일기를 쓰는 편이다.
처음 겪는 훈련소 생활과 갑자기 달라진 대우, 각종 훈련으로 고달픔 몸 등 훈련병들이 겪는 고통은 크다. 그렇다고 어디 호소할 것도 마땅히 없다.
이들은 결국 쥐꼬리만 한 휴식 시간을 이용해 소나기를 작성한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고 또 어떤 조교에게 심하게 혼났다는 내용 등이다.
몇몇은 자대 배치 후에도 소나기를 계속해서 쓰지만 대부분은 관물대 어딘가에 두고 기억에서 지운다.
소나기 활동지침에는 '전역 시 소지하여 군 복무 시 설계했던 자신을 돌이켜보라'(2010년 수양록 기준)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따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관물대 구석에 있던 소나기는 전역과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소각장에서 불에 타 없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몇몇은 정성스레 작성한 소나기를 지금껏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몇 없는 군생활의 추억을 소나기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몇몇 예비군들이 어쩌다 소나기를 접하게 되면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들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