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매년 첫눈 오는 날이면 재조명되는 초등학생이 10분 만에 쓴 시 '첫눈'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부쩍 추워진 날씨와 함께 오늘(3일) 서울, 경기 일대에는 오전부터 하얀 눈이 가득 쏟아졌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대에 눈이 내린 적은 있지만 이렇듯 대낮에 눈이 내린 건 올해 들어 처음이라 사실상 올겨울 '첫눈'이나 마찬가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년 이처럼 첫눈이 오는 날이면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되는 감성적인 시가 하나 있다.


이는 2017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한 이후 많은 누리꾼의 감동을 이끌어낸 '첫눈'이라는 제목의 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첫눈이 내린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시의 저자는 다름 아닌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다. 학교 숙제로 단 10분 만에 썼다고 한다.


초등학생은 첫눈을 보고 단순히 '아름답다'라는 감정만을 떠올리지 않았다. 처음 내린 눈과 그 위로 쌓이는 눈을 보고 '계급사회'를 떠올렸다.


이 시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모두 맨 위에 있는 눈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맨 위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자기들이 전부인 것 마냥 아름답다며 사치스러운 자태를 뽐낸다"라는 구절이 있다.


처음 떨어진 눈은 그 위로 떨어지는 눈의 무게를 모두 견디다 결국 시커멓게 변해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초등학생의 생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와 흙수저로 계층이 나뉘는 인간의 세태를 '눈'에 비유해 날카롭게 꼬집은 것이다.


나아가 초등학생은 시 말미에 "나는 눈이 싫다"며 눈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빛나보지도 못하고 검게 변해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눈처럼 자신도 어떻게 보면 '흙수저'나 다름없다고 여겼고, 그렇기에 눈을 싫어한다고 말한 것이다. 


초등학생의 시라곤 믿기지 않는 놀라운 필력과 촌철살인적 시선으로 사회를 풍자한 그의 시는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며 누리꾼들의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래 해당 글 전문이다.


첫눈첫눈이 내린다.맨 처음 떨어지는 눈은태어날 때부터 맨 아래 있던 눈.맨 아래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맨 아래.눈이 되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고꾸라져 녹아버린다.중간에 떨어지는 눈은태어날 때부터 중간에 있던 눈.중간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중간.아래의 눈들이 얼려놓은 땅으로 힘들게 쌓인다.맨 위에 떨어지는 눈은태어날 때부터 맨 위에 있던 눈.맨 위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맨 위.아래의 눈들이 빚어놓은 푹신한 땅 위로 상처 없이 떨어진다.사람들은 모두 맨 위에 있는 눈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맨 위에서 태어났을 뿐인데자기들이 전부인 것 마냥 아름답다며 사치스러운 자태를 뽐낸다.첫날에 내린 진짜 첫눈은언 바닥에 몸을 내박으며 물의 파편이 되어지금쯤 하수구로 흘러들어 억울함에 울부짖고 있는 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다.난 눈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