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진솔 기자 = 군대를 전역한 사람들이 치를 떠는 두 가지 훈련이 있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다 나중에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혹한기 훈련과 유격 훈련이다. 두 훈련 모두 떠올리기도 싫은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유난히 추워진 요즘, 전국의 육군 장병들이 하나둘 혹한기 훈련에 참여 중이다.
이를 맞아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혹한기 훈련 vs 유격 훈련' 논쟁이 벌어졌다.
먼저 혹한기 훈련이란 극한의 추위 속에서 이뤄지는 전투를 대비한 전술 훈련이다.
실제로 강원도 최전방 부대를 나온 사람들이 말하는 거짓말 같은 추위는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기자 역시 강원도 양구에서 군 복무 중 눈썹이 얼어 눈을 감았다 뜨기 어려운 느낌, 전투화가 얼어 아침에 발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을 직접 겪어봤다.
혹한기 훈련 도중에는 취침 시간에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체감 온도가 영하 50도 가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실한 텐트를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내일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핫팩을 무리하게 터트리다 화상을 입는 사람도 속출한다.
유격 훈련은 험지를 극복하며 전투를 지속하기 위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훈련이다.
험지라는 단어는 평범한 산이나 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이름처럼 공격을 목적으로 한 유격 훈련은 게릴라전을 위해 극한의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끝없는 행군과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고강도 PT, 그리고 불안한 안전장치를 믿고 뛰어드는 외줄도하(줄타기)와 레펠(다이빙)을 해내야 한다.
특히 끝없이 신경을 긁는 유격 조교의 목소리는 전역해서도 '유격'하면 바로 떠오를 정도라고 한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 두 훈련이 논쟁이 되는 이유는 개개인이 받은 훈련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겨울에도 날씨가 온화한 영남지역 부대의 경우 유격이 혹한기보다 훨씬 힘든 게 당연하다.
반면 강원도 최전방 부대는 훈련이 아닌 실전 생존 서바이벌 같은 혹한기가 더욱더 힘들다.
또한 유격 훈련은 지휘관에 따라서 그 강도가 천차만별이니 굳이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는 없겠다. 물론 두 훈련 모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만큼 낮잡아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