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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정 떼기 위해 구석진 곳으로 숨은 반려견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주인을 피해 도망가는 녀석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서글퍼 보였다.

인사이트Imgur 'MyCatEatsMyHands'


[인사이트] 서윤주 기자 =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주인을 피해 도망가는 녀석의 뒷모습은 어쩐지 서글퍼 보였다.


7일(현지 시간) 이미지 공유 사이트 이머저(Imgur)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지 얼마 안 된 주인이 올린 사진과 글을 소개했다.


4살이었던 주인에게 녀석의 등장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간 "동생이 갖고 싶다"며 부모님에게 징징대기는 했지만, 새카맣고 건장한 체격을 가진 강아지가 자신의 집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겁에 질렸던 것도 잠시 주인은 어느새 녀석의 매력에 푹 빠져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인사이트Imgur 'MyCatEatsMyHands'


그렇게 1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방정맞게 뛰어다니며 어디서나 배를 보이던 애교쟁이 강아지는 이제 늙수그레한 노견이 됐다.


그럼에도 녀석은 여전히 주인의 곁을 지키며 이전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여유롭게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이 잠에서 깨어났는데 녀석이 사라졌다. 깜짝 놀란 주인은 집안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녀석이 발견된 장소는 집 안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 녀석은 무엇이 문제인지 자꾸 주인의 시선을 피하며 더욱 구석진 곳으로 가려 했다.


인사이트Imgur 'MyCatEatsMyHands'


마치 이전에 함께 보냈던 추억들을, 시간들을 모두 잊은 것처럼 싸늘한 표정으로.


주인은 녀석이 걱정됐지만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주인의 옆에는 녀석이 없었다.


속상함에 한숨을 몰아쉬고 거실로 나온 순간 주인은 숨이 턱 막힘을 느꼈다. 녀석이 바닥에 쓰러진 채 약한 숨을 몰아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녀석을 쓰다듬자 강아지는 슬픈 눈으로 주인을 쳐다봤다.


인사이트Imgur 'MyCatEatsMyHands'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녀석이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그렇게 녀석은 주인의 곁을 떠났다.


그동안 녀석은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주인이 슬퍼할까 봐 그를 피해 다녔던 것이다.


녀석은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주인을 걱정했다. 너무 사랑해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려 했다.


떠나는 순간에도 '주인 걱정'만 한 녀석을 꼭 껴안으며 주인은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서윤주 기자 yu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