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2일(수)

입찰 무효 피했지만 신뢰 흠집... DL이앤씨, 압구정5구역 민심 잡을까

서울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사 제안서 촬영 논란에 휘말린 DL이앤씨가 대표이사 자필 사과문과 파격 금융조건을 앞세워 상황 수습에 나섰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에 자필 사과문을 전달했다. 편지에는 경쟁사 제안서 촬영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한 사과와 함께 앞으로 공정경쟁을 이어가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 한양 1·2차를 재건축해 최고 68층, 1397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1조5천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이번 입찰에는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참여해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압구정5구역 정비계획 조감도 / 사진제공=서울시


논란은 양사가 입찰제안서를 개봉하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DL이앤씨 측 담당 직원이 펜 카메라로 경쟁사 제안서를 촬영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공정경쟁 논란으로 번졌다. 대표이사 자필 사과문까지 나온 것은 회사가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단순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 대표가 자필로 사과문을 보내는 일은 흔치 않다"며 "그만큼 수주전이 민감하고 회사도 논란의 무게를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수습과 동시에 조건 경쟁에서도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안팎에서는 DL이앤씨가 사업비 대출 조건으로 1%대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시중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실제 경쟁력은 표면 금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적용 대상이 사업비인지 이주비인지,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 추가 금융비용이나 회사 보전 구조가 붙는지에 따라 조합의 실제 부담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설계와 상품성 차별화도 함께 내세우고 있다. 압구정 5구역은 강남 핵심 입지 초고층 재건축 사업인 만큼 조망과 단지 구성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영국 구조설계 전문기업 에이럽과 오스트리아 골조 시공 제어 전문기업 도카와 협업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관건은 실격 여부와 별개로 남은 신뢰 부담이다. 강남구청은 이번 펜 카메라 논란이 입찰 무효에 해당할 정도의 중대한 위반은 아니라는 취지의 해석을 내놨다. 다만 입찰 무효를 피한 것과 조합 내부 신뢰를 온전히 회복하는 문제는 다르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설계와 금융조건 경쟁을 넘어 사업 파트너의 관리 능력과 신뢰까지 함께 묻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압구정5구역 조합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입찰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수주전 막판 변수는 두 가지다. DL이앤씨가 촉발한 공정경쟁 논란을 조합이 어느 수준까지 중대하게 볼지, 그리고 1%대 금리로 알려진 금융조건이 실제 사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압구정5구역 입찰 절차가 재개된 만큼 성실한 자세로 수주에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