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8일(수)

20년 만에 성사된 안나 윈투어X메릴 스트립... '악프2' 개봉 앞두고 역대급 투샷 공개한 보그

패션계의 여왕 안나 윈투어가 메릴 스트립과 함께 보그 표지를 장식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패션 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전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그 캐릭터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과 나란히 선 모습이 공개되자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표지는 윈투어가 편집장에서 물러나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준 후에도 여전히 패션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그


지난 7일(현지 시간) 보그는 5월호 표지 사진과 함께 윈투어와 스트립의 화보와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번 표지에서 윈투어는 빨간색 프라다 맥시 드레스에 마놀로 블라닉 구두, SJ 필립스 목걸이, 샤넬 선글라스를 착용했고, 스트립은 검은색 프라다 수트와 프라다 선글라스, 그리고 미란다 프리스틀리를 연상시키는 가발을 썼다.


표지 촬영은 애니 레보비츠가 맡았고 그레이스 코딩턴이 스타일링을 담당했다.


표지 기사는 현재 보그 편집장인 클로이 말레가 작성했지만, 실제로는 스트립, 윈투어, 그리고 2018년 영화 '작은 아씨들'을 연출한 그레타 거윅 감독 간의 대화를 편집한 형태다.


대화에서 스트립이 패션 미디어 산업이 "붕괴되고 있다"고 언급하자, 윈투어는 "붕괴되고 있다기보다는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반박했다.


스트립은 재빨리 "산산조각 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보그


이 순간 전설적인 편집자를 불쾌하게 했다는 생각에 스트립의 얼굴에 스친 당황감이 거의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윈투어는 이후 개인적인 일화를 통해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를 확인시켜 줬다.


윈투어는 "새 영화가 제작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 메릴에게 전화해서 사실인지 물어봤다"며 "괜찮을지 말해줄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립이 대본을 읽고 나서 다시 전화해서 '안나, 괜찮을 것 같아'라고 했다"며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후반부에서 스트립이 첫 번째 영화의 의상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디자이너들이 윈투어를 너무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윈투어는 이에 대해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스트립의 캐릭터를 위해 디자인한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빨간 드레스를 극찬하며 "정말 멋진 드레스다. 당신이 입으니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 프리슬리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의 모습


2006년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안나 윈투어의 전 비서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극 중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는 패션계의 천재적인 감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부하 직원에게 비현실적인 요구를 일삼고 무심하게 무시하는 '악마 같은 상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최근 메릴 스트립은 그레타 거윅 감독과의 대화에서 당시의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녀는 "1편 제작 당시만 해도 패션계 전체가 안나 윈투어의 눈치를 보느라 의상을 구하기조차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자, 정작 안나 윈투어 본인은 이를 불쾌해하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즐기며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풍자 영화의 속편을 홍보하면서, 풍자 대상자가 직접 나서서 속편의 수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영화계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다.


2025년 2월 4일(현지 시간) 콘데 나스트 글로벌 콘텐츠 책임자인 안나 윈투어가 영국 버킹엄 궁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컴패니언 오브 아너(Companion of Honour) 작위를 받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37년간 '보그'의 제국을 이끌었던 안나 윈투어는 최근 보그와 GQ 등을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 '콘데나스트'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로서, 후임 클로이 말레에게 편집장 바통을 넘겼음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번 달만큼은 '말레의 보그'라기보다 여전히 '윈투어의 보그'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편집장이 직접 표지를 장식하고 인터뷰이로 나서는 것은 과거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하지만 윈투어는 더 이상 매거진의 제작자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는 편집장이라는 직함을 넘어선 독보적인 존재다.


이처럼 현실의 '안나'와 영화 속 '미란다'가 나란히 선 역사적인 장면은 공개 직후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팬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투샷", "악마가 프라다를 입고 돌아왔다"며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미란다 프리슬리의 상징인 은발 가발을 쓴 채 윈투어와 마주 앉은 스트립의 모습은 전 세계 팬들에게 20년 전의 향수와 짜릿한 전율을 동시에 안겼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예고


이번 화보와 인터뷰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제작이 확정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 따르면 속편은 종이 매체의 몰락과 디지털 미디어의 부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미란다 프리슬리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윈투어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패션 미디어는 붕괴가 아닌 진화 중"이라며 속편이 관통할 핵심 주제에 대해 미리 화답하는 여유를 보였다.


현실의 안나 윈투어가 '진화'를 선언한 가운데, 스크린 속 미란다 프리슬리는 또 어떤 파격적인 모습으로 귀환할까. 전설적인 편집장과 그녀를 연기한 대배우의 만남은 그 자체로 속편을 향한 완벽한 예고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