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2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길어지는 가운데 북미 생산기지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초기 비용이 실적에 반영됐다. 미국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손실 폭은 4천억원에 가까워진다.
지난 7일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5550억원, 영업손실 2078억원의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 3747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4분기 1220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적자가 이어졌다. 적자 폭은 더 커졌다. 1분기 AMPC 반영액은 1898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영업손실은 3975억원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번에도 실적을 끌어내렸다. 북미를 중심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주문이 조정된 데다, ESS 생산 확대를 위한 전환 비용까지 겹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북미 ESS 생산 거점을 5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고,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60GWh 이상, 이 중 북미는 50GWh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 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ESS 시스템통합 자회사 버테크를 찾아 '압도적 지위 구축'을 주문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확대 국면에서 ESS를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 다만 1분기 실적에서는 그 전략의 성과보다 '전환 비용'이 먼저 반영됐다.
수익성 부담은 가동률에서도 드러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생산시설 평균 가동률은 47.6%로, 2024년 57.8%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가동률이 5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동안 대규모 설비를 돌려야 하는 배터리 업체 특유의 고정비 부담이 더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 관심은 '하반기 반등'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회사는 ESS를 중심으로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은 북미 EV 수요 회복 속도와 ESS 전환 거점의 수율 안정화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고 본다.
구광모 회장이 힘을 실은 ESS 전환이 비용 구간을 지나 실제 수익 구간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가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실적 방향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AMPC(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 친환경 제품(배터리, 태양광 등)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배터리 기업의 경우 셀 1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은 45달러가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