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경영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는 판단을 재확인했다.
지난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현대해상화재보험 전·현직 근로자 38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대해상은 2002년부터 당기순이익이 일정 수준을 넘길 경우 근로자들에게 경영성과급을 주기로 했고, 2005년과 2006년을 빼고는 매년 성과급을 지급했다.
2017년에는 기준 대비 716%, 2018년에는 450%에 달하는 금액이 책정됐다. 이에 근로자들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받은 성과급이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연간 임금총액'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16년간 성과급이 지속적으로 지급되어 노동 관행이 형성됐고, 지급 목적이 근로 의욕 고취에 있는 만큼 근로의 질을 높인 대가로 볼 수 있다는 취지였다. 즉 경영성과급 역시 '노동의 대가'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하며 "회사가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이유는 근로의 대가로서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몫이라서가 아니라, 사기 진작과 근로복지 차원에서 이익을 배분하거나 공유하려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성과급이 시장 상황이나 지출 규모 등 외부 요인이 결합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경영성과급이 0%에서 716%까지 큰 폭으로 변동하는 동안 근로자들의 근로 양과 질이 크게 달랐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성과급이 근로 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관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과거 LX글라스 사건 등에서 제시된 법리를 다시 한번 확고히 한 결과다. 대법원은 지급 기준과 금액이 사전에 확정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임금성을 인정해 왔다.
지난 1월 삼성전자의 '목표 인센티브'에 대해 임금성을 인정한 사례도 취업규칙상 지급 규모가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사기업 경영성과급을 둘러싼 퇴직금 산정 논란에 중요한 기준점이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