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7일(화)

압류 걸린 계좌로 오송금된 1억2천만원... 1·2심 모두 농협은행 손 들어줘

거래처로 보내려던 돈을 실수로 압류가 걸린 다른 회사 계좌에 송금한 뒤 반환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제3자 압류가 선행된 상태였다면 은행이 해당 금액을 계좌 명의인의 대출채권과 상계한 조치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최근 서울서부지법은 혜인건강이 NH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2022년 4월 발생했다. 혜인건강은 거래처 명의로 보내야 할 1억2천만원을 A사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에 잘못 송금했다. 이후 곧바로 반환을 요청했지만, 해당 계좌에는 이미 다른 채권자들의 압류가 걸려 있었다. A사는 농협은행 대출금도 갚지 못한 상태였고, 농협은행은 이 돈을 A사의 대출 원리금과 상계 처리했다.


재판에서는 농협은행의 상계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혜인건강 측은 은행이 착오송금 사실을 인지했고 반환 요청도 받았던 만큼 자사 채권 회수에 해당 금액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반면 법원은 계좌에 이미 압류가 이뤄져 있었고, 상계 당시 계좌 명의인이 반환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은행 조치를 문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에서 송금인이 착오송금을 이유로 반환을 요구하고 수취인도 이를 인정해 반환을 승낙한 경우, 수취은행이 이를 자기 대출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2022년 판례에서는 수취인 계좌의 예금채권이 이미 제3자에 의해 압류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에도 상계가 허용되는 범위는 피압류채권액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착오송금이라도 계좌에 압류가 먼저 들어와 있으면 반환 분쟁이 단순한 오송금 문제가 아니라 채권자 우선순위 문제로 넘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상고심에서는 제3자 압류가 있는 경우 은행의 상계권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기존 판례의 예외 범위를 그대로 유지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