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7일(화)

호반그룹, 한진칼 조원태 압박 키우나... 오너 2세 전면 배치에 더 커지는 '해석'

호반그룹을 향한 시장의 시선이 다시 한진칼로 모이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당장 큰 충돌이 벌어진 상황은 아니었다.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은 93.77% 찬성으로 통과됐다. 


사진제공=호반그룹


주총 하루만 놓고 보면 표 대결은 전면화하지 않았고, 긴장도 한풀 꺾인 듯 보였다. 그러나 시장은 '다른 장면'을 더 오래 보고 있다. 주총장에서 보인 장면보다 지난 3년간 호반이 조용히(?) 쌓아온 한진칼 지분의 흐름이 더 선명하기 때문이다.


한진칼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호반 측 지분은 18.78%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0.56%와의 격차는 1.7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지난해 5월 18.46%와 비교해도 더 올라왔고, 2024년 말 17.9%와 견줘도 상승 폭이 적지 않다. 한두 차례 매매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누적 매입을 하며 최대주주 측과의 간격을 좁혀온 것으로 풀이된다. 


호반의 한진칼 투자는 처음부터 어느정도 주목을 받은 게 사실이다. 호반은 2022년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 측 지분을 사들이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2023년에는 팬오션이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 5.85%도 추가로 가져갔다. 이후에도 지분율은 계속 높아졌다. 


그때마다 호반이 내세운 설명은 '단순 투자'였지만, KCGI 지분 인수와 팬오션 지분 추가 매입, 이후 이어진 지분 확대를 한 줄로 놓고 보면 시장이 이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FI)로만 보지 않는 것을 과도한 해석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주총 장면은 이런 의문을 더 키웠다. 조 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안은 큰 무리 없이 통과됐다. 조 회장의 보수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던 호반은 공개 충돌 대신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만 보면 즉각적인 경영권 분쟁 국면은 아니다. 하지만 전면전은 피하면서도 지분은 계속 쌓아온 흐름을 함께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개적인 선언보다 축적된 행동이 더 많은 해석을 부르는 구도다.


사진제공=한진그룹


호반을 둘러싼 이런 시선이 완전히 뜬금없는 것도 아니다. 호반은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금호산업 자체보다 아시아나항공까지 아우르는 그림에 더 주목했다. 항공업에 대한 관심이 아주 낯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전력이 있는 회사가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그룹 지주사 지분을 20% 가까이 쌓아 올리고 있는데도, 시장이 "정말 그냥 투자일 뿐이냐"고 되묻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점도 묘하다. 호반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김상열 창업주의 차남 김민성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당시 회사는 "1994년생인 김 부사장은 2018년 입사한 뒤 그룹 기획과 주요 계열사 경영 관리를 맡아왔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승계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너 2세' 김민성 부사장 / 사진제공=호반그룹


다만 오너 2세의 급부상과 한진칼 지분 확대가 묘하게 엮이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호반의 이번 베팅을 단순 재무적 투자 이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호반은 '경영 참여'를 선언한 적 없다. 시장의 의심을 '단순 투자'로 설명하는 와중에도 지분을 더 매입하고, 최대주주 측과의 격차를 1%p대까지 좁혔다. 오너 2세가 경영 전면에 올라선 뒤 그 흐름은 더 강해지고 있다. 호반은 왜 이렇게 오래, 이 규모로, 한진칼 지분을 끌고 오고 있을까. '단순 투자'라는 설명으로는 닿지 않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