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이 지식의 전당이 아닌 이른바 '번따(전화번호 따기)'의 메카로 변질되면서 독서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교보문고 광화문점 등을 '번따 성지'로 지칭하는 영상들이 확산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한 SNS 이용자는 "남친 사귀고 싶어서 번따 성지 교보문고 광화문점 다녀옴"이라는 영상을 올려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했다. 영상 속 여성은 "재테크 코너가 번따 성지라고 한다"며 자리를 잡은 뒤 "번호 따일 때까지 기다린다"는 자막을 띄웠다.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남성은 서점 내 여성들에게 "남자친구가 있냐", "번호를 줄 수 있냐"고 묻고 다니며 끈질긴 시도 끝에 연락처를 받아내는 과정을 여과 없이 공개했다.
심지어 '장소를 옮겨가며 책 읽기'나 '핸드크림 향기 남기기' 등 구체적인 유혹 기술까지 공유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열풍과 지적인 활동을 멋으로 여기는 '텍스트 힙'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책 읽는 모습이 주는 성실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만남의 매개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서점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용자들은 "조용히 책 읽으러 왔는데 시선이 부담스럽다", "거절해도 계속 말을 걸어 불편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동일한 멘트로 주변을 맴도는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성토와 함께 "영업방해 아니냐", "차라리 헌팅포차를 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점 측도 직접 대응에 나섰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매장 내 '독서 공간 에티켓' 안내문을 내걸고 "소중한 독서의 순간이 낯선 대화나 시선으로 방해받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며 "불편을 느낄 경우 가까운 직원에게 문의해달라"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