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갈등이 심화되자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중재 역할에 나선 것이다.
지난 9일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중국, 러시아, 프랑스, 튀르키예 등 여러 나라가 휴전과 관련해 연락해왔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동 사태가 국제적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각국이 외교적 개입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가장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1시간 동안 전화 회담을 갖고 전쟁 종료 방안을 논의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통화에서 이란 사태의 신속한 정치적·외교적 해결을 겨냥한 몇 가지 고려 사항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페르시아만 국가 지도자들과의 접촉,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의 회담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다각적인 외교 채널을 통해 중재에 나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자라 자베르 알아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과 각각 전화 회담을 실시했다. 왕 외교부장은 쿠웨이트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무력 공격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걸프 국가의 주권과 안전, 영토 완전성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레인 외무장관과의 대화에서도 왕 부장은 "사태를 타개하는 길은 조속히 대화와 협상으로 복귀해 평화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개전 직후부터 이란·프랑스·오만 외교장관과 연이어 통화하며 군사 행동 중단과 긴장 완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중국의 외교적 노력은 현장 방문으로도 이어졌다. 전날에는 자이쥔 중국 정부 중동 문제 특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해 파이살 빈 알사우드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이는 중국이 이란과 이스라엘 같은 직접 당사국뿐만 아니라 쿠웨이트·바레인 등 걸프 국가들, 프랑스 같은 주요국 외교 수장들과 폭넓게 접촉하며 중동 위기의 외교적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 배경에 미국 견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균형추 역할을 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