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IFA 월드컵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란 축구대표팀의 출전 여부가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해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이란의 월드컵 참가가 불확실해진 상황입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48개국이 참가하는 대회로 6월 11일 개막 예정입니다.
이란은 조별리그 3경기 모두 미국에서 예정돼 있습니다. 6월 15일과 20일 캘리포니아 잉글우드, 6월 26일 시애틀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개시와 이에 대한 이란의 대응으로 외교·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빅이벤트가 지정학적 리스크의 직격탄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란축구협회 메흐디 타즈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 이후 희망을 안고 월드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혀 월드컵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적국인 미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참가의 적절성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란 대표팀의 비자 발급이나 입국 절차를 제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 참가 선수단에 대해 여행 제한 조치의 예외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왔으나, 전쟁 진행 상황에서는 달라질 수 있어 외교 갈등과 스포츠의 경계선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FIFA는 공식 입장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 사무총장은 "전 세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란은 FIFA 랭킹 20위권을 유지하는 아시아 강호로 최근 8차례 월드컵 중 6번 본선에 진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2번 시드를 배정받았으며, 뉴질랜드, 벨기에, 이집트와 같은 조에 편성되어 32강 토너먼트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란이 최종 불참을 선언할 경우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 편성 재조정, 일정 변경, 중계권 및 마케팅 계약 수정 등 연쇄적 변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손실도 막대합니다. 본선 참가국은 조별리그 탈락 시에도 900만 달러(약 132억 원)의 상금을 받습니다. 본선 준비 비용 명목으로 150만 달러(약 22억 원)가 추가 지원됩니다.
이란이 스스로 불참을 결정하면 최소 1050만 달러(약 154억 원)를 포기해야 합니다. 개막 직전 철수 시 상당한 벌금과 다음 월드컵 예선 참가 제한 등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대체 참가국 결정 문제도 복잡합니다. 아시아 예선 순위상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차순위권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FIFA 규정상 반드시 같은 대륙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으나, 대륙별 출전권 배분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아시아 내 차순위 팀이 우선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에서는 "이란이 빠질 경우 중국이 대신 출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FIFA와 월드컵의 가장 큰 후원국으로, 2022 카타르 대회에서 중국 기업들의 후원 총액이 13억9500만 달러(약 2조 400억 원)에 달해 미국 기업보다도 많았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이러한 경제적 영향력을 내세워 FIFA가 대체 참가국으로 중국을 선택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아시아 3차 예선 탈락 팀 중 승점 9로 최고 순위였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월드컵 규정 6조 7항에 따르면 참가국이 철수하거나 제외될 경우 FIFA가 단독 재량으로 필요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어, 대체 팀 선정 방식과 시점은 FIFA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잔니 인판티노 회장의 결정에 따라서는 중국을 끼워넣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입니다. 중국 대표팀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이번 아시아 예선에서도 4차 예선조차 오르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시장 규모나 상업성을 이유로 대체 출전권을 부여하는 것은 월드컵 대회의 권위에도 맞지 않습니다.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정치적 사유로 참가국이 교체된 사례는 있습니다.
1992년 유럽선수권에서 유고슬라비아가 제외되자 덴마크가 대체 출전해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다만 월드컵 본선이 열리기 직전 대규모 교체가 현실화된 전례는 아직 없습니다.
월드컵은 국가 이미지와 외교, 글로벌 비즈니스가 얽힌 복합 플랫폼입니다. 이번 사안은 FIFA의 위기관리 능력과 정치적 중립성, 국제 스포츠 질서의 원칙을 동시에 시험하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