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국빈 방한 중 화제가 된 '네 손가락 장갑' 사건이 청와대의 세심한 배려가 아닌 브라질 측의 자체 준비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당시 왼쪽 새끼손가락이 없는 특수 제작 장갑을 착용해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10대 시절 선반공으로 일하던 중 사고로 왼쪽 새끼손가락을 잃었으며, 이에 맞춰 제작된 네 손가락 하얀 장갑을 착용하고 참배를 진행했습니다.
참배에 앞서 룰라 대통령이 미리 준비된 장갑을 끼고 부인 호잔젤라 다시우바에게 빙긋 웃으며 보여주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지난달 24일 룰라 대통령 공식 유튜브 계정에 게시되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을 통해 '청와대의 세심한 의전'으로 소개되며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해당 장갑은 청와대 의전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브라질 수행팀이 현지에서 준비해 온 것으로 우리 정부가 준비한 장갑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해프닝은 출처 불명의 가짜 글이 룰라 대통령의 공식 발언으로 둔갑하면서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해당 글은 룰라 대통령이 귀국 후 브라질 국민에게 보낸 글이라며 "한국의 의전팀이 내게 건넨 하얀 장갑 한 쌍 중, 왼쪽 장갑에는 다섯 번째 손가락 자리가 없었다"며 "오직 나의 네 손가락만을 위해 세심하게 제작된 장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한 "나의 잃어버린 손가락이 60년 만에 처음으로 따뜻하게 느껴졌던 서울의 그 아침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의 공식 소셜미디어에서는 해당 글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브라질 대통령실 누리집에 기재된 연설 및 성명, 인터뷰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기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룰라 대통령의 감동적인 귀국 성명'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허위 글의 전문을 공유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것이야말로 품격 있는 외교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가 이후 삭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