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에 중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어린이용 '지문 인식 물병'이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타오바오 등 중국 주요 쇼핑몰에서는 단일 브랜드 제품이 7만 개 이상 판매되는가 하면, 200위안(한화 약 4만 원)에서 400위안(한화 약 8만 3천 원) 사이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월간 판매량 1만 개를 가볍게 넘기는 제품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어린이용 보온병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지만, 자녀의 안전을 염려하는 부모들의 심리를 파고들며 24시간 만에 수백 개씩 팔려 나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문 인식 물병이 유례없는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물병 테러'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소셜 미디어(SNS)에는 아무도 없는 교실에 몰래 들어온 남학생이 친구의 물병에 정체 모를 물질을 넣는 CCTV 영상이 공개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아이의 텀블러 안에서 연필심 조각이나 젖은 휴지가 발견되었다는 후기, 심지어 자석 구슬을 넣었다는 뉴스들이 잇따르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판매자들 역시 이러한 심리를 겨냥해 '반 친구의 장난 방지', '학교 폭력 예방', '누구도 열 수 없는 스마트 보안' 등의 문구를 앞세워 제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중국 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류씨는 "아이의 물병에서 형체를 알 수 없이 찢어진 젖은 휴지를 발견한 뒤로 곧장 지문 인식 물병을 구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텀블러 전용 앱을 통해 아이가 하루에 몇 번, 어느 정도의 물을 마셨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큰 안도감을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난징의 한 학부모는 큰 기대를 안고 고가의 제품을 구매했으나, 일주일 만에 사용을 포기했습니다. 아이의 손가락에 조그마한 상처나 물기가 있어도 지문이 인식되지 않아 아이가 물을 마시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터리가 방전될 경우 아예 뚜껑을 열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기술적인 완성도에 대한 논란도 여전합니다. 여러 브랜드가 0.3초의 빠른 인식 속도나 98.9%에 달하는 높은 인식률을 자랑하며 휴대폰 급의 지문 인식 기술을 탑재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상품평란에는 인식 불량에 대한 불만이 가득합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두 달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광고와 달리 관리의 번거로움이 크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결국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품이 아이들의 불안을 해소하기보다는 부모의 불안 마케팅에 기댄 '바가지 상품'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식수 안전이 중요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술적 한계가 뚜렷한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기보다 학교 내에서의 올바른 생활 지도와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