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주주환원을 한층 강화하는 가운데, 배당금 상위 명단의 TOP10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삼성 오너들이 자리했습니다. 숫자는 담담하지만, 그 규모는 재계 지형을 다시 확인하게 만듭니다.
지난 24일 기업분석기관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20일 공시 기준으로 전년과 비교 가능한 694개 기업의 배당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회장은 지난해 3993억원을 배당받아 개인 배당 1위를 유지했습니다. 전년 3466억원보다 15.2% 늘어난 규모입니다. 배당 확대 흐름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절대적인 배당 총액이 개인 배당 순위까지 좌우한 셈입니다.
2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전년 1747억원에서 13.1% 증가한 1976억원을 수령했습니다. 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1659억원으로, 전년 1892억원 대비 12.3% 감소했습니다. 현대제철의 배당 축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상위 10명 가운데 배당금이 줄어든 인물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유일했습니다.
4위부터 6위까지는 삼성家 세 모녀가 차지했습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483억원에서 1602억원으로 8.0% 늘었고,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1466억원에서 1522억원으로 3.7% 증가했습니다.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역시 1145억원에서 1211억원으로 5.8% 확대됐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의 배당 확대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1040억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840억원), 구광모 LG그룹 회장(796억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659억원) 등이 7~10위를 기록했습니다.
기업별로 보면 배당 확대 흐름은 더욱 선명합니다. 지난해 배당금이 1조원을 넘은 기업은 총 7곳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11조 1079억원을 배당해 유일하게 10조원을 넘겼고, 전년 대비 13.2% 증가했습니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배당 총액 기준으로는 사실상 독보적인 수준입니다.
기아는 2조 6425억원으로 3.3% 늘며 2위에 올랐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조 6183억원으로 전년 3조 1478억원 대비 16.8% 감소했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조 951억원으로 37.8% 증가하며 배당 순위 4위로 상승했습니다. 메모리 업황 반등이 배당 여력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 분야의 확대가 두드러졌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IT전기전자 업종 124개사의 배당 총액은 12조 6280억원에서 14조 7976억원으로 17.2% 증가했습니다. LG전자, HD현대일렉트릭, 삼성전기 등도 배당을 늘리며 업종 전체 규모를 끌어올렸습니다.
조선·기계·설비 업종의 증가 폭은 더 컸습니다. 해당 업종 55개사의 총 배당금은 1조 1459억원에서 2조 135억원으로 75.7% 급증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5670억원으로 205.6% 늘었고, 현대엘리베이터는 5058억원으로 154.7% 증가했습니다. HD건설기계 역시 264억원으로 199.0% 확대됐습니다. 수주 호황이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가 배당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배당 순위는 단순한 개인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업황 회복과 기업별 현금창출력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삼성전자의 10조원대 배당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수요 급증과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13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업황 강도가 이어질 경우 150조~160조원 수준까지 거론합니다.
이 같은 기대는 주가에 반영되는 흐름입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만원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 달리 AI 인프라 투자라는 구조적 수요가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증권가에서는 실적 모멘텀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배당 여력 역시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숫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금창출력이 확대될 경우,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추가적인 주주환원 카드가 보다 더 강하게 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 공통된 시각입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최대 실적'이 아니라, 이 초과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주주와 공유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실적과 주가가 이미 고점 영역에 진입한 만큼, 다음 분기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이 향후 주가 흐름을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