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맹추격하며 2030년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에 나섰습니다.
전기차와 인공지능에 이어 뇌과학 분야에서도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이어지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의 전기적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첨단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사람들은 생각만으로 외부 기기를 조작할 수 있게 되며, 과거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텔레파시와 유사한 기능을 현실화합니다.
그동안 이 분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창립한 뉴럴링크가 선도해왔습니다. 뉴럴링크는 21명의 사지마비 환자들의 뇌에 '텔레파시' 칩을 이식하여 컴퓨터를 통한 글쓰기와 게임을 가능하게 하는 뇌 임플란트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최근에는 시각 장애인의 뇌 시각 피질에 전극을 연결해 시각 지각을 돕는 '블라인드 사이트' 제품 출시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BCI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23일 뇌공학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BCI 기업 뉴로엑세스는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한 후 단 5일 만에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뉴로엑세스의 기술은 수술을 통해 뇌에 전극을 연결하는 침습적 방식에서는 뉴럴링크와 동일하지만, 더 넓은 뇌 영역에서 신호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이미 54건의 이식 수술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 강화, 임상시험 확대,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로 중국 BCI 기업들이 연구 단계를 넘어 대량생산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BCI 산업 발전 가속화를 위한 국가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2027년까지 핵심 BCI 기술을 개발하고, 2030년까지 공통 산업 표준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12월에는 BCI 기업 지원을 위한 뇌과학 산업 펀드를 116억 위안(약 2조4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BCI 산업 육성에 나서는 이유는 이 기술이 향후 핵심 안보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현재는 사지마비 환자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인간 지능 강화 목적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뉴럴링크 공동 창업자인 서동진 박사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열린 강연에서 "향후 3∼4년 내 건강한 일반인도 뇌 인터페이스 이식을 선택하는 전환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머스크 CEO 역시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시대에 대비해 BCI 기술을 활용한 지능 증강된 '초인류'로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중국이 BCI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생각만으로 드론이나 무인차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무기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거릿 코살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는 논문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BCI 기술의 군사적 배치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