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26일(목)

"자상함도 유전이었다"... 단 5%만 가졌다는 '자상한 아빠 유전자'의 정체

미국 연구진이 '자상한 아빠'가 되는 비밀이 뇌 속 특정 유전자에 숨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자연계 포유류 수컷 중 단 5% 미만만이 새끼를 돌보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성애의 차이가 유전자 차원에서 조절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20일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아프리카 줄무늬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부성애를 결정하는 뇌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진은 털 색깔과 비만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구티(Agouti)' 유전자가 부성애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아프리카 줄무늬 쥐는 수컷마다 육아 행동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새끼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개체가 있는 반면 새끼를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개체도 존재합니다.


연구팀이 뇌의 '내측 시각전 구역(MPOA)' 부위를 분석한 결과, 자상한 아빠 쥐들의 뇌에서는 아구티 유전자 발현량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새끼를 방치하거나 공격하는 수컷들은 아구티 수치가 높았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유전자 조작 실험 결과입니다. 연구진이 자상한 아빠 쥐의 아구티 수치를 인위적으로 높이자, 해당 개체는 즉시 새끼에게 무관심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유전자 수치 변화만으로 행동이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C. Todd Reichart /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과


연구팀은 이 유전자 수치를 좌우하는 요인이 '사회적 환경'임을 발견했습니다. 수컷 쥐를 혼자 지내게 했을 때는 아구티 수치가 감소하며 자상한 아빠로 변했지만, 여러 마리를 좁은 공간에서 경쟁시키자 아구티 수치가 급상승하며 육아를 포기했습니다.


연구진은 "임신이나 출산 경험이 없는 총각 쥐도 뇌 환경이 바뀌면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다"며 "아구티 유전자가 뇌에서 육아 행동을 억제하는 스위치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동물이 인구 밀도나 먹이 경쟁 같은 외부 환경 정보를 종합해 자신의 생존에 집중할지, 자식 양육에 투자할지 균형을 맞추는 메커니즘"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먹이가 부족하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개체 생존이 우선이지만,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다음 세대 투자가 유전자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다만 연구팀은 인간에게도 아구티 유전자가 존재하지만,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인간의 육아 행동은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