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을 둘러싸고 벌인 법정 다툼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12일 대법원이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회고록에 대한 출판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5·18단체들과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 재국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측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이번 소송은 2017년 전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회고록을 출간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회고록이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동시에,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9월 회고록의 일부 표현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전 전 대통령 측에 5·18단체들에게 각각 1500만 원,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 원 등 총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아울러 회고록에서 총 69개의 표현을 삭제하지 않으면 해당 서적을 출판하거나 배포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2심 재판부도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다만 2017년 4월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 제1판과 같은 해 10월 펴낸 제2판에서 삭제해야 할 표현을 51개로 조정했습니다.
대법원은 회고록의 해당 표현들이 전 전 대통령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며, 이로 인해 단체들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었다고 본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나 판단 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김정호 변호사는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사필귀정이어서 다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5·18 진상 규명에 대한 문제는 보수와 진보로 갈릴 문제도 아니고 정파적으로 소비될 문제도 아니다"라며 "민주주의와 상식과 정의를 확인하는 문제인데, 오늘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서 북한군 개입설로 대표되는 터무니없는 5·18의 왜곡들이 근절되고 사라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박강배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점으로 더 이상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왜곡하거나 폄훼하거나 조롱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