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27일(금)

"결혼 압박에 우울증까지" 고향 방문 거부한 30대... 명절이 두려운 청년들

설날이 다가올수록 미혼 청년들의 마음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떡국 한 그릇의 온기보다 친척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언제 하니?"라는 물음이 날아올까 봐 벌써부터 숨이 막힙니다. 특히 30대 미혼자들에게 명절은 더 이상 설레는 휴식이 아닌, 버텨내야 할 시험대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질문 그 자체라기보다, 질문이 던져지는 방식입니다. 안부처럼 시작되지만 대화는 금세 결혼 여부로 좁혀집니다. "좋은 사람 없어?", "계획은 있니?" 같은 말들은 가벼운 관심처럼 들리지만, 당사자에게는 지금의 삶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명절이 다가올수록 '이번엔 또 어떤 말을 듣게 될까'라는 생각이 먼저 앞서는 이유입니다.


부모의 지속적인 결혼 압박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고백한 중국인 남성 A씨 / 펑파이신문


이런 고민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한 30대 후반 남성이 설날 고향 방문을 거부한 사연이 알려지며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중국 관영 매체 펑파이신문(澎湃新闻)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화이안시에 거주하는 A씨는 부모의 지속적인 결혼 압박으로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내성적이고 표현이 서툰 성격이라는 그의 설명과 달리, 부모는 그가 솔로인 이유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가면 마주하게 될 반복적인 질문과 비교는 그에게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였습니다. 고심 끝에 그는 이번 명절 귀향을 포기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거리두기'를 선택한 셈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명절에 친척들이 안부를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풍경이지만, 그 안부가 매번 결혼 이야기로 이어질 때 젊은 세대는 부담을 느낍니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 혼자야?"라는 질문은 걱정보다는 평가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그렇게 청년들에게 명절은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일정이 됩니다.


매체에 따르면 현지 전문가들은 이 갈등의 본질이 결혼 여부가 아니라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성세대는 자녀가 외롭거나 뒤처질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결혼을 권하지만, 젊은 세대는 각자의 속도와 선택, 삶의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문제는 그 걱정이 반복적인 잔소리나 비교로 이어질 때,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지속적인 결혼 압박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우울감과 회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숨이 막힌다", "친척을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는 글들이 명절 즈음만 되면 꾸준히 올라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문가들은 명절이 다시 따뜻한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질문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결과를 재촉하기보다 현재의 삶을 존중하고, 비교보다 경청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결혼 여부보다 '잘 지내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진짜 안부라는 설명입니다.


설 명절을 앞둔 지금, 가족 간의 대화 방식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선택과 속도를 인정할 때, 명절은 부담이 아닌 쉼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쉼표가 모여, 가족이라는 문장은 조금 더 부드럽게 이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