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열린 스탠다드차타드 마라톤 대회에서 30대 중국인 남성이 갓난아기를 가슴에 안고 달리다가 실격 처리되고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습니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광시성 난닝에 거주하는 30대 중국인 남성 A씨는 1월 18일 홍콩 스탠다드차타드 마라톤에 참가해 아기띠에 갓난아기를 안고 달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A씨는 아기에게도 번호표를 붙인 채 레이스에 참여했습니다.
A씨는 오전 6시 25분 남자 풀 마라톤 첫 번째 그룹으로 출발해 약 2시간 20분 만에 15km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킬로미터당 약 9분, 시속 약 6.5km에 해당하는 속도입니다.
영상에는 안경을 쓴 A씨가 아기를 앞쪽 아기띠에 안고 등에 백팩을 메고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달리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달리는 동안 아기의 머리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모습이 확인됐고, 아기의 방풍 덮개에는 경주 번호표가 달려 있었습니다.
대회 관계자들은 15km 지점을 조금 지나서 A씨에게 코스를 떠나라고 지시했고, 결국 A씨는 경주를 완주하지 못했습니다.
홍콩·중국 육상연맹은 A씨가 유아, 16세 미만 어린이 또는 유효한 번호표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동반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기 규정을 위반해 실격 처리됐다고 밝혔습니다.
협회는 성명에서 "경기 관계자들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위반 선수에게 경기 도중 즉시 기권하고 경기장을 떠날 것을 요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협회는 이후 A씨가 향후 대회 출전이 금지됐다고 확인했습니다. 홍콩 마라톤 규정상 영유아 동반 참가는 엄격히 금지돼 있습니다.
해당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아기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잇따랐습니다.
마라톤 코스에는 수만 명의 참가자가 몰리고 충돌이나 낙상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신생아를 안고 달리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홍콩 TVB 뉴스 유튜브 페이지에 한 누리꾼은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나. 아기의 안전을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다. 아기의 뇌는 아직 발달 중인데, 위아래로 흔들리는 충격을 견딜 수 없지 않나"라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기가 42km에 달하는 험한 길과 햇볕, 그리고 자동차 터널의 공기를 견뎌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안 간다"고 비판했습니다.
의료진들은 A씨의 행동이 '흔들린 아기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 SBS)'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단 한 번의 강한 흔들림만으로도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흔들린 아기 증후군’은 외상이 없더라도 매우 위험한 비외상성 뇌 손상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홍콩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A씨는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 홍콩으로 왔다가 현재 고향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경찰은 귀국을 요구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