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인천 지역에서 무자본 갭투자 수법을 이용해 수백 채의 빌라를 매입한 뒤 임차인들로부터 4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일명 '1세대 빌라왕'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지영 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진 모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김지영 판사는 "피고인은 자기자본을 거의 투입하지 않은 채 약 700채의 빌라 등을 자신과 타인 및 법인 명의로 취득했다"며 "후속 임차인에게서 임대차 보증금을 받거나 부동산 시가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하에 실질적으로 자신이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로 임대 사업을 확장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빌라의 숫자와 피해액 합계 등 규모가 상당하다"며 "피고인의 각 사기 범행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임대차 보증금을 적시에 반환받지 못하게 됐고, 주거의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대위변제를 받거나 직접 빌라 경매 절차에 참여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장기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경제적 비용을 지출하거나 큰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과 나이, 범행 동기와 경위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진 씨는 2014년부터 2020년쯤까지 약 7년간 서울과 인천, 경기 일대에서 772채의 주택을 매수해 주택 임대 사업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진 씨가 사용한 수법은 전세보증금을 매매대금만큼 받거나 더 높게 설정해 자기 자본 투입 없이 임차인의 돈으로만 주택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차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돈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분배받고 소유권을 자기 명의로 이전받는 이른바 '동시 진행'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같은 동시 진행 방식으로 인해 주택의 가치가 전세보증금 액수를 담보하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진 씨는 돌려막기식으로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해 왔지만, 결국 이를 갚지 못하며 피해자 227명으로부터 426억 6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진 씨는 동일한 방법으로 다른 피해자 5명을 속여 각각 1억 7300만 원~2억 65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습니다. 범행 과정에서 월세 계약서 등 사문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혐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