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월)

"12년간 버스기사로 일했던 아버지가 일하다가 돌아가셨는데... 산재는 아니랍니다"

서울에서 12년간 시내버스를 운전해 온 50대 기사가 운행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유족은 여전히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며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운전석에서 숨졌는데 산재 불인정, 아버지의 삶이 부정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습니다.


글을 올린 A씨는 고인의 자녀로, 아버지의 사망 경위와 근무 환경, 산재 심사 과정에 대한 유족의 입장을 공개했습니다.


Instagram 'bobaedream'


A씨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던 사람이었습니다. 매년 정기 건강검진에서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였고, 젊은 시절 천식 진단을 받은 뒤 곧바로 금연을 실천했습니다.


음주는 1년에 한두 차례 맥주 몇 캔에 그쳤으며, 등산과 걷기를 꾸준히 하며 체력을 관리해 왔다고 유족은 설명했습니다.


유족은 고인의 실제 근무 환경이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배차 간격이 촘촘해 휴식 시간은 길어야 10~20분에 불과했고, 회차 지점의 휴게 공간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식사를 거르거나 두유 한 팩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날이 잦았고, 휴식 시간에는 버스 안에서 쪽잠을 자며 다음 운행을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Instagram 'bobaedream'


또 촉탁직 재계약에 대한 불안감과 차량 내부 CCTV를 통한 관리, 연비와 주행 습관을 점수화하는 에코드라이브 평가 등이 지속적인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유족은 전했습니다.


A씨는 "아버지의 사망은 개인적인 기저질환보다는 운수업 종사자들이 겪는 복합적 스트레스와 누적된 피로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근무 실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의 입장입니다.


유족은 질병판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도 문제를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위원 중 한 명이 "왜 재해자 본인이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재해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조차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의가 진행됐다는 설명입니다.


Instagram 'bobaedream'


사고 직후 구조 과정도 유족이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기사가 운전석에서 쓰러지자 승객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려 했지만, 기사 보호를 위해 설치된 운전석 안전문이 잠겨 있어 접근이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119 구급대 출동 일지에는 "맥박이 없으나 운전석 잠금장치 해제에 시간이 소요돼 가슴압박이 지체됨"이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습니다.


산재 불승인 결정 이후 회사의 대응에 대해서도 유족은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회사는 산재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회사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고, 위로의 의미로 현금이 전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12년간 성실히 근무한 아버지가 그렇게 정리되는 모습을 보며 큰 허탈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남은 가족들의 생활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머니는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유족은 전했습니다.


Instagram 'bobaedream'


A씨는 "아버지가 평소 힘들다고 하셨던 이야기들 가운데 문서나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부분이 많아, 산재 인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유족은 산업재해 불승인 결정에 대한 재심사를 청구하고 국민청원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