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월)

"할머니 미안해"... 배달하며 생계 꾸리던 10대, 선배 '폭력'에 유언 남기고 떠나

경북 안동에서 조손가정에서 자란 16세 소년이 선배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배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던 중 한 살 위 선배의 잔혹한 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난 8월 17일 경북 안동시 안기동 한 아파트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A군(16)을 괴롭힌 혐의로 B군(17)을 지난달 21일 구속기소했습니다.


B군은 폭행, 협박, 공갈, 감금 등 다양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건의 발단은 오토바이 거래였습니다. B군은 지난 7월 중고로 70만 원에 구입한 125cc 오토바이를 A군에게 140만 원에 강제로 판매했습니다. A군은 가진 돈 70만 원을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을 치킨배달 아르바이트로 벌어 갚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A군이 약속 날짜를 지키지 못할 때마다 B군은 연체료를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B군은 "제때 안 갚으면 죽인다"며 협박하고 직접적인 폭행까지 가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군이 숨지기 이틀 전인 8월 17일, 누군가의 신고로 무면허 운전이 적발되면서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오토바이가 경찰에 압류됐습니다.


더 이상 B군에게 돈을 갚을 방법이 없어진 A군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국 A군은 8월 19일 새벽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에게 미안하다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같은 날 새벽 B군은 경찰서에서 압류된 오토바이를 찾아가 다른 사람에게 170만 원에 되팔았습니다. 오토바이 명의가 B군으로 되어 있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당초 경찰은 이 사건을 A군의 개인적 사정에 의한 단순 변사로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장례식장에서 친구 9명이 "선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증언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B군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혐의가 입증됐습니다.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소년범인 B군에 대해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학교라는 보호 체계 밖의 위기 청소년들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결과"라며 "제2의 비극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