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KTX 특실에서 발생한 자리 양보 강요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승객 A씨는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에서 서울행 KTX 특실 좌석을 예약하고 탑승했는데, 천안아산역에서 한 남성이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남성은 A씨에게 "앞자리에 여자친구가 타고 있으니 앞뒤로 붙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A씨가 "자리가 어디냐"라고 묻자 남성은 "입석이라 자리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입석 승차권을 구매한 남성이 KTX 특실 1인석을 예약한 승객에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 것입니다.
A씨는 "돈 더 내고 특실 좌석을 예약했는데, 일반실 좌석과 바꿔달라고 해도 안 해줄 판에 입석이 말이 되느냐"라고 반응했습니다.
남성은 "커플이 따로 가는 게 불쌍하지도 않으냐"며 다시 한번 양보를 부탁했습니다. A씨가 승무원을 호출하자 남성은 욕설과 함께 "싸가지 없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습니다.
A씨는 커플이 한 좌석만 특실 1인석을 예약하고 다른 자리는 입석으로 예약한 것을 의심스럽게 여겼다고 했습니다. 이후 승무원이 A씨 앞자리에 앉은 여성의 표를 확인한 결과, 여성 역시 입석을 예약해놓고 특실 1인석에 무단으로 앉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승무원에 의해 입석 전용 호차로 이동한 여성은 5분 후 다시 특실에 들어가 자리를 차지했지만, 재차 발각되어 특실에서 쫓겨났습니다.
KTX 입석 승차권은 승객이 이용하려는 구간의 좌석이 모두 판매된 경우 좌석 지정 없이 발매되는 승차권입니다. 일반실 좌석 운임의 15% 할인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입석 이용 시 승객은 해당 호차에 승차해야 하며, 특실과 우등실을 제외한 빈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빈 좌석을 이용하다가 해당 좌석을 예약한 승객이 탑승하면 자리를 비켜줘야 합니다.
명절 때나 볼 법한 KTX 예매 전쟁이 일상화되면서 무임·부정 승차를 감수하는 승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표를 구하기 어려워 일부는 웃돈을 주고 사설 예매 대행을 이용하는 상황입니다.
KTX는 경부선과 호남선 등 2개 노선 20개역으로 시작해 현재 8개 노선(경부·호남·경전·전라·동해·강릉·중부내륙·중앙) 77개 역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TX 이용률(공급 좌석 수 대비 이용객 수)은 105.8%로 포화 상태입니다. 특히 A씨와 입석 커플 간 실랑이가 발생한 경부선 이용률은 111.2%입니다.
중간 정차역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면서 좌석 하나를 여러 승객이 이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이용률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예매 대란의 해결책으로 신규 열차 추가 투입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증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