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두나무가 기업융합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계열 편입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설계한 한 장의 인물 카드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인공지능(AI)과 웹3·블록체인을 묶는 세상에 없던 시도를 위해, 네이버가 먼저 판을 짜고 그 위에 송치형 두나무 회장을 올려 세운 그림입니다. 다만 이 카드를 곧바로 차기 리더십으로 연결짓는 해석에는 선을 긋는 모습도 동시에 확인됩니다.
지난 27일 이 의장은 성남 네이버1784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포괄적 주식 교환의 '출발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일각에서 두 사람의 대학 과 선후배 인연이 거론되며 오랜 친분을 바탕으로 한 빅딜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이 의장은 선을 그었습니다. 송 회장이 자신보다 훨씬 어린 세대라는 점을 언급하며 실제로 제대로 만나 교류한 기간은 2년 남짓이라는 것입니다.
개인적 친분은 친분이었을 뿐, 사업적으로 세상에서 해보지 못한 시도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융합을 제안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장이 그리는 세상에 없던 시도의 핵심 축은 AI와 웹3·블록체인의 결합입니다.
그는 네이버가 쌓아온 AI 역량이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인프라와 시너지를 내야 차세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의 무서운 성장 속, 디지털 금융 산업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존 협업 수준을 넘어 빠르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한 몸의 체계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드러냈습니다.
같은 회사로 묶여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일 때, 다른 글로벌 기업이 아직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실험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 판 위에 올려진 인물이 바로 송치형 회장입니다. 이 의장은 송 회장을 천재 개발자로 규정하며, 기술적 깊이와 강한 호기심, 연구에 대한 의지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네이버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인물이라는 평가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셈이죠.
송 회장은 이 의장에게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응답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너무 큰 결정이라 인생에서 가장 길게 고민한 선택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에 마음이 기울어졌습니다. 두나무 혼자서 도전할 때보다 네이버와 함께할 때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진다는 판단이, 지금의 선택을 이끈 배경이 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을 두고 네이버 후계 구도와 연결하는 시선도 일찌감치 나왔습니다. 두나무를 품은 뒤 송 회장이 네이버의 '차기 리더십'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이 의장은 조심스럽게 거리를 뒀습니다. 송 회장이 사업적으로 큰 성과를 냈고 기술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인물이며, 새로운 기술 발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리더십은 지분 변화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차기 리더십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말로 회장 승계 구도와의 직접 연결을 차단했습니다.
지배구조와 주주 가치에 대한 민감한 질문에는 보다 단호한 어조가 나왔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네이버파이낸셜의 나스닥 상장설과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 합병설에 대해, 네이버 경영진은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해외 상장, 또는 네이버와의 법인 합병과 같은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며, 특히 합병은 검토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동시에 어떤 방안을 검토하더라도 주주 가치와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날 두 회사의 융합에서는 세 가지가 명확히 확인됐습니다.
네이버가 먼저 제안해 판을 짠 딜이라는 점, 그 판 위에 기술 리더로 송치형이라는 카드를 올려 AI와 웹3 결합이라는 세상에 없던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동시에 '나스닥 상장, 법인 합병, 차기 리더십'과 같은 의제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AI와 디지털 금융을 잇는 글로벌 승부수를 위해 소프트웨어·플랫폼·결제·블록체인 인프라를 한 축으로 묶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알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두나무로서도 업비트라는 단일 거래소의 성장 서사를 넘어, 네이버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 스토리를 새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만 이해진 의장이 설계한 송치형 카드는 지금으로서는 기술 동맹의 맨 앞줄에 세워진 카드에 가깝고, 네이버의 차기 리더십 카드로 뒤집어지는지는 앞으로 수년간의 성과와 시장의 평가를 더 지켜봐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