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고무짜기 영상이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콘텐츠가 어떻게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디지털 트렌드로 자리잡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9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공개된 '만족스러운 천연고무 생산 공정! 아시아 최대 고무 농장' 영상이 조회수 190만회를 돌파했습니다.
고무짜기 전문 인스타그램 계정들은 팔로워 10만~30만명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일부 릴스 영상은 조회수 2000만회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영상은 고무나무에서 추출한 라텍스를 손으로 쥐어짜서 물기를 제거하거나 덩어리를 다듬는 과정이 반복될 뿐입니다.
그러나 외국인이 제작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댓글창 상단은 한국어 댓글들이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네티즌들은 고무짜기 영상에 대해 독특한 품평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처음 들어올 때 액체 같은 흐물흐물함이 너무 좋다, 100점", "물이 잘 안 나온다, 8점", "너무 조급하게 짠다, 속도 조절 필요", "내 뱃살이 생각나서 마이너스 20점" 등 농담 반, 품평 반의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외국 채널인데 한국인들이 가득하다", "인스타에 뜨면 안 넘기고 본다", "왕 고무는 너무 익어서 재미없다, 알맞은 점도가 중요하다"는 반응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어지면서, 알고리즘은 더욱 적극적으로 고무짜기 영상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고무나무는 수령 약 5년부터 유관(乳管)에서 라텍스를 분비하기 시작합니다.
나무 줄기에 칼집을 내고 아래쪽에 컵을 설치해 흘러나오는 수액을 모으면, 우유처럼 희고 점성이 있는 라텍스가 수집됩니다.
이 과정에서 손으로 덩어리를 비틀어 물기를 제거하는 장면이 고무짜기의 핵심입니다. 시청자들은 "적당한 완익", "급하게 짜면 감점", "무언가 묻어 있으면 안 된다", "큰 고무는 재미가 덜하다" 같은 나름의 품평 기준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화면을 통해 질감과 점도를 가늠하고, 물줄기의 양과 속도를 평가합니다. '완익(완전히 익은)' '덜익(덜 익은)' 같은 자체 용어까지 만들어 분류하며, 크기·청결·속도별 감점 기준을 정립했습니다. 마치 일종의 '고무 교수단'이 형성된 모습입니다.
이날 기준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고무짜기' 검색량은 8월 15일 첫 100을 기록하며 급등한 후 잠시 잠잠했으나, 10월 들어 '고무 짜는 릴스'가 83까지 치솟으며 2차 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10월 15~20일 사이에는 '고무짜기'(17)와 '고무 짜는 릴스'(17~25)가 동시에 상승세를 보이며, SNS 속 밈이 일반 검색으로 확산되는 전환점을 나타냈습니다.
네티즌들은 한국인이 이 영상을 유독 선호하는 이유를 '쫀득한 질감'에 대한 특별한 취향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순두부·모차렐라·찹쌀 반죽처럼 쫀득한 걸 좋아하는 한국인 취향이랑 잘 맞는다", "왕 고무는 너무 익어서 재미없고 적당히 말랑한 게 포인트"라는 반응이 대표적입니다.
결국 '쫀득하다', '익었다', '깨끗하다' 등 원래 음식에 사용되던 표현들이 영상의 촉감을 묘사하는 언어로 확장되면서, 댓글창이 하나의 공감각적 놀이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과거 '비누 자르기', '슬라임 반죽', '젤리 자르기' 같은 시각 ASMR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고무짜기는 질감과 점도의 미세한 차이를 '품평'하는 한국식 참여 놀이가 결합된 특징을 보입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밈 소비를 넘어 '디지털 힐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설명 없이 즉시 이해되는 장면, 예측 가능한 반복, 10~30초짜리 짧은 영상은 피로한 뇌에 '짧고 확실한 휴식'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눈으로 듣는 ASMR'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했습니다.
강한 자극은 없지만, 반복이 만들어내는 리듬과 천천히 흐르는 장면이 긴장을 완화시킵니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계속 보게 된다", "틀어놓으면 3초 만에 잠든다"는 네티즌들의 후기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전문가들은 고무짜기 열풍을 한국인의 집단적 피로와 디지털 소비 패턴을 반영하는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단순한 장면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그 과정을 언어적 유희로 전환하며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