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난산인데 제왕절개 거부한 병원... 장애 아이 낳은 부모에 '6억 배상' 판결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병원이 난산으로 장애를 입은 신생아와 부모에게 6억 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산모가 제왕절개를 요청했음에도 자연분만을 강행한 병원의 과실이 인정된 것입니다.


28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수원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A병원이 B씨 부부와 아들 C군에게 총 6억2,099만 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출산 시점인 지난 2016년부터 계산한 지연이자를 포함하면 27일 기준 배상액은 10억1,385만 원에 달합니다.


지난 2016년 1월, 산모 B씨는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에서 11시간에 걸친 난산 끝에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분만 과정에서 B씨 부부는 두 차례나 제왕절개를 요청했지만, 병원은 끝까지 자연분만을 고수했습니다. 힘겹게 태어난 아이는 이듬해 3월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았고, 현재까지 신체 및 언어 장애,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B씨 부부는 지난 2020년 11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난산 과정에서 태아가 골반에 끼어 있었고 심박동수도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졌는데, 병원이 적절한 조치 없이 자연분만을 강행해 아이가 장애를 입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1심 법원은 지난 2023년 8월 병원이 5억5,927만 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심에서는 C군의 기대여명을 더 길게 판단해 돌봄 인건비 인정액이 늘어나면서 배상액이 6,172만 원 증가했습니다.


재판부는 병원의 과실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B씨가 고위험 산모였고 분만 과정이 지연되는 난산이었으며, 부부가 2번이나 제왕절개를 요청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병원이 태아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할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산부인과학회는 고위험 산모의 경우 5~15분 간격으로 태아 심박동을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의 비수축검사(NST) 기록은 11시간 동안 단 3회뿐이었고, 분만 후반 3시간 20분 동안은 검사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은 출산 직후 C군의 혈액 검사 결과를 토대로 '태아곤란으로 인한 저산소증이 있었다고 유추된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산전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유전적 요인도 발견되지 않아, C군의 장애가 출산 과정에서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김성주 의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의료사고는 입증 책임이 환자에게 있고, 동종 업계 의료진의 감정을 받아야 해 과실을 인정받기 매우 어렵다. 2심에서 배상액이 늘어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병원 측은 허위 증거 제출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1심 선고 직전 분만 후반부 NST 검사 기록을 뒤늦게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8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 최초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하면 분만 당시 기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B씨 부부는 병원 측이 허위 증거로 배상액을 줄이려 했다며 관계자들을 사기미수죄로 고소했고, 경찰은 지난달 3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