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9일(화)

강남 부자들, 팔지 않고 '물려준다'... 증여 폭증 이유는

서울 부동산 시장, '팔지 않고 물려주는' 증여 트렌드 확산


올해 상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팔지 않고 물려주는' 증여 거래의 급증입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부유층의 가족 간 자산 이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서울 핵심 지역은 '결국 오른다'는 시장 경험이 매도보다 증여를 선택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5일 기준 올해 1~6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 소유권 이전 증여 건수는 강남구가 33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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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를 송파구(253건)와 서초구(235건)가 이었습니다.


강남구의 증여 건수는 1월 24건에서 4월 49건, 6월에는 7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서초구도 1월 27건에서 4월 32건, 6월 40건으로, 송파구 역시 1월 27건에서 4월 37건, 6월 53건으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3년간 상반기 기준으로는 2023년 520건, 지난해 675건, 올해는 824건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부동산 증여 증가의 배경, 정책 불신과 시장 학습효과


증여 거래가 강남3구에 집중되는 현상은 단순히 자산 규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의 정책에 대한 회의감과 시장 학습효과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같은 '핀셋 규제'가 반복되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장기적 정책 신뢰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불확실한 정책 환경 속에서 이들은 매도보다는 증여를 통해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이 보다 안정적인 대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강남3구는 다주택자 규제, 대출 제한 등 각종 규제 압박을 받아왔지만, 중장기적으로 집값은 다시 반등하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자산가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쉽게 팔지 않는다'는 보유 전략을 체득했고, 그 결과가 가족 간 증여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고가 아파트일수록 시세 변동에 민감한 만큼,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증여가 '최소 리스크 대응책'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절세 효과와 자산 포트폴리오 전략으로서의 증여


증여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은 절세 효과입니다.


증여를 통해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피할 수 있고, 현재 일시 유예된 양도세 중과가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증여를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제 증여는 단순한 세금 회피 수단이 아닌 '집안 자산의 중장기적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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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문위원은 "특히 강남3구·용산 등 핵심지역 자산가들은 '오르면 오를수록 팔지 않고 물려준다'는 학습효과를 기반으로 증여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증여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고급 지역과 정비사업이 활발한 지역 상당수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에 제약이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내수 침체,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집값 상승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증여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