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드라마의 새로운 변화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월간지 금수강산 7월호는 10일 "TV 연속극 '백학벌의 새봄'이 지난 4월부터 TV로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북한 사회의 달라진 풍속도를 담아내며 최근 종영했는데요, 기존 북한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서와 화법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백학벌의 새봄'은 국가영화총국 텔레비죤극창작사 제2창작단이 제작한 22부작 드라마로, 지난 4월 16일 조선중앙TV에서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달 24일 마지막 회를 방영했습니다.
이는 조선중앙TV가 2023년 1월 '한 검찰일군의 수기' 이후 약 2년여 만에 선보인 신작 드라마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북한 드라마의 파격적 변화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남성이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아내와 딸에게 밥을 차려주는 모습입니다.
가족들은 이런 모습을 일상적인 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가부장적 인식이 강한 북한 사회에서 남성이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는 가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청춘들의 애달픈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점도 기존 북한 드라마와는 다른 점입니다.
극 중 농업연구사 경미(배우 리유경)와 검사 영덕(배우 최현)은 4년 넘게 사귀는 연인으로 등장하지만, 영덕 어머니의 반대로 갈등을 겪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내 가슴에 아픈 칼을 박자고 우리가 인연을 맺은 게 아니잖아"라며 이별을 거부하는 영덕의 대사는 과거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클리셰(상투적 표현)를 연상시킵니다.
북한 예술 작품이 주로 주민 계몽과 체제 선전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의 감정 표현에 인색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사랑과 이별 앞에서 괴로워하는 청춘들의 감정을 정면으로 다룬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변화 속에서도 유지되는 북한 드라마의 본질
검사 영덕 역을 맡은 배우 최현은 이 작품을 통해 북한 시청자들, 특히 젊은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금수강산 7월호는 "최현 배우는 최근 영화들에 출연한 신인배우이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개성적인 모습으로 처녀들 속에서 호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번 드라마는 북한 당국이 2020년 말 한국 영상물 시청자에게 최대 징역 15년 형을 선고할 수 있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며 한류 확산을 차단하는 상황에서 방영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외국 영상물에 익숙해진 젊은 층의 취향을 고려해 로맨스 요소를 강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백학벌의 새봄'의 기본 소재는 기존 북한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990년대 인기 농촌 드라마 '석개울의 새봄'에서 모티프를 차용했으며, 뒤떨어진 농장에 당 비서로 부임한 주인공이 결함 있는 농장원들을 사랑으로 이끌어 애국 농민으로 변화시킨다는 전형적인 북한 드라마의 서사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당이 제시한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과 정책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생활적으로, 집약적으로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