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동해 펄펄 끓자 '백상아리 먹이' 황새치 올라와... "상어 몰려올 수도"

동해안 생태계 변화, 열대 어종 증가로 상어 출몰 위험 고조


동해 바다가 이례적인 고수온 현상으로 펄펄 끓고 있습니다.


해수 온도가 25도를 넘나들면서 참다랑어와 황새치 같은 열대 어종들이 동해안을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러한 어종들이 백상아리와 같은 공격성 상어의 주요 먹잇감이라는 점입니다.


10일 오전 강원 삼척에서 잡힌 길이 3m 황새치. / 사진 제공 = 정연철 강원 삼척시의원


최근 몇 년간 동해안에서 공격성 상어 출몰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제는 백상아리의 주요 먹이까지 나타나면서 여름 성수기를 앞둔 동해안 지역이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강원 삼척 앞바다에서는 길이 3m, 무게 200kg에 달하는 황새치가 포획됐습니다.


황새치는 고등어목 어종으로 주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어종으로, 동해안에서는 매우 희귀한 어종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열대 어종의 대량 출현과 가격 폭락


흥미로운 점은 이날 잡힌 황새치가 고작 6만 원이라는 헐값에 판매됐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같은 열대 어종인 참다랑어가 동해안에 대량으로 출현하면서 발생한 현상인데요. 참다랑어는 올해 삼척지역 어판장에서만 10톤가량이 잡히면서 더 이상 동해안의 희귀 어종이 아니게 됐습니다.


실제로 황새치가 잡힌 날 함께 포획된 226kg 무게의 참다랑어도 45만 원에 불과한 가격으로 위판됐습니다.


8일 경북 영덕군 강구항에서 어민들이 강구 앞 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치들을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뉴스1


삼척수협 관계자는 "최근 수온상승으로 삼척에 참다랑어가 많이 잡히면서 수요 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참다랑어를 취급하기 바쁜 수매인들이 동해안에는 수요가 없는 황새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영덕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도 참다랑어가 너무 많이 포획되어 처치 곤란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생태계 변화와 상어 출몰 위험 증가


황새치와 참다랑어는 모두 고급 요리로 사용되는 어종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어종들이 일명 '죠스'로 불리는 백상아리에게도 최고의 먹잇감이라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수온이 높아진 동해가 이미 공격성 상어가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윤 군산대학교 해양생물학과 교수는 "황새치나 다랑어 같은 열대성 어종이 동해안에 출몰하고 있다는 건 단순히 수온이 오른 것 이상으로 생태계 전반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최 교수는 또한 "백상아리 등 대형 상어가 출몰하려면 먹잇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황새치·참다랑어가 올라왔다는 것은 그 아래 단계인 작은 아열대성 어종과 플랑크톤까지 동반 북상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수온 상승만으로는 대형 상어가 북상하지 않는다. 결국 먹이사슬 전체가 이동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최근 몇 년간 동해안 생태계는 플랑크톤부터 대형 어류까지 모두 아열대형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동해안 해수욕장의 대응과 안전 조치


강원 동해안은 과거 차갑고 깊은 수심 때문에 해경과 지자체가 피서철 익수 사고 대응에 고심했지만, 서해안과 달리 상어 출몰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해안 지자체들이 해상에 '상어 방지망'을 설치하는 것으로 해수욕장 개장 준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22년 1건에 불과하던 동해안(강원·경북) 상어 출몰 건수는 2023년 29건, 지난해 44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중 최근 2년간 혼획된 상어 중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포악상어'는 11종이었습니다.


지난 7일에는 강릉 안목해수욕장 3km 해상에서 청새리상어가 관측됐습니다.


지난 2023년 강원 강릉 해성서 출몰한 청새리상어. / 사진 제공 = 동해해경 


이 상어는 낚싯배 주위를 배회하다가 해변 방향으로 헤엄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청새리상어는 사람을 공격한 사례가 있는 위험한 종입니다.


이에 최근 해수욕장이 개장한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해수욕장 23곳에는 올해에도 '상어 방지망'이 설치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 조치는 사람이 많이 몰리고 지자체에서 직영하는 해수욕장에만 국한되어 있습니다.


최윤 교수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어 방지망은 과잉 대응이라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동해안 지자체가 적극 설치 중"이라며 "대형 해수욕장뿐 아니라 비지정 해변에도 사고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또한 "비지정 해변이라 할지라도 관광객 밀집 요인이 있다면, 선별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