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 방위비 압박 재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재개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한미 양국이 8월 1일까지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통상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은 한미 통상협상과 맞물려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부유한 나라... 주한미군 비용 너무 적게 지불"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관세를 언급하던 중 갑자기 한국 방위비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거의 모든 국가가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해왔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모든 국가와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해왔고, 모든 국가와 나쁜 협정을 한 큰 모델처럼 여겨져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다. 거기에 (미군이) 머물렀다. 그들은 군사비(주한미군 주둔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그들(한국)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도록 만들었는데, 바이든(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그걸 취소했다"라고 비판했다.
이는 자신의 첫 임기 때인 2019년 진행됐던 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 협상이 오랜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가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직후인 2021년 3월 타결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국에 '당신은 1년에 100억 달러(한화 약 13조 7,150억 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들은 난리가 났지만, 30억 달러(한화 약 4조 1,150억 원) 인상에 동의했다. 따라서 나는 전화 한 통으로 30억 달러를 벌었고, 만족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한국에) '그러나 다음 해(2020년)에는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정선거(2020년 미 대선)가 있었고 우리는 다시 협상하지 못했다"며 "아마도 그들은 바이든에게 '트럼프가 우리를 끔찍하게 대했고 우리는 아무것도 내면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바이든)는 그걸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깎아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2019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100억 달러가 아닌 50억 달러(당시 한화 약 5조 7,000억 원)의 인상을 요구했으며, 이는 2019년 한국이 낸 분담금(1조389억 원)의 5배 이상에 해당하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 칭하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규모를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주한미군 규모가 4만 5,000명이라고 했으나,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2만 8,000명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주둔 미군에 대해서도 "4만 5,000명, 실제로는 5만 2,000명"이라고 언급하며 "그건 그들에게 엄청난 경제 발전이고 돈이다. 도시 하나를 가진 것과 같다. 우리에게는 엄청난 손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우 친절하게 얘기하고 있고, 그들과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매우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성공한 국가의 군대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고, 그들은 매우 잘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