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마약조직, 에토미데이트 대량 밀반입 시도 좌절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TCIC)가 신종마약 '에토미데이트'를 국내에 대규모로 밀반입하려던 국제마약조직을 해외에서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정원은 지난달 19일 말레이시아에서 마약조직 총책을 포함한 일당 4명을 현지 당국과 공조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8일 국정원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이 조직은 말레이시아 등 중간 경유지에서 에토미데이트와 코카인을 혼합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제조해 매월 2만개씩, 약 2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을 한국으로 밀반입하려 했다. 이는 국내 마약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유통 계획이었다.
마약 조직의 정교한 밀반입 수법과 압수 현황
검거 과정에서 국정원과 현지 수사당국은 50만 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합성마약 카트리지 4,958개(9.42리터)를 압수했다. 이는 시가 약 23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전자담배 포장용 종이박스 3,000여 개도 함께 압수됐다. 수사당국은 특히 마약의 환각효과와 중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토미데이트에 코카인을 혼합한 정황에 주목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유엔마약범죄사무소가 지난 5월 경고한 위험이 현실화된 사례다. 당시 유엔은 성분과 함량을 알 수 없어 인체에 치명적인 전자담배형 에토미데이트가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며, 케타민 등 다른 합성마약 성분이 혼합된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2023년 일명 '롤스로이스男' 사건을 통해 국내에도 알려진 전신마취제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지만 프로포폴과 달리 아직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다. 특히 불법 제조된 에토미데이트는 성분과 함량이 불분명해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국제 공조를 통한 선제적 마약 차단 작전
국정원은 태국과 홍콩 등이 에토미데이트 단속을 강화하자 국제마약조직의 국내 진출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왔다. 그 과정에서 2023년부터 한국을 자주 드나들던 싱가포르인 총책 '아이번(31)'을 주요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 총책은 서울 강남에 헤드헌팅 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가로 위장하며 활동했다. 특히 싱가포르 유학 경험이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접근해 에토미데이트를 '수사기관에 걸리지 않는 마약'으로 소개하며 국내 유통망을 은밀히 구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전자담배 사용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 에토미데이트 전자담배가 유입될 경우 국민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국제범죄 담당 요원을 마약 중간 경유지인 말레이시아로 급파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국정원이 제공한 마약 조직원의 신원과 범행 수법 등 핵심 정보를 바탕으로 총책을 포함한 조직원 4명을 성공적으로 체포했다.
국정원은 이번 작전을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신종마약을 국내에 대량 밀반입하려던 국제 마약 카르텔을 해외에서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킨 최초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새 정부의 최우선 가치인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국제범죄 조기경보 활동을 빈틈없이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