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러브버그, 국민들이 좀 참을 줄 알아야 된다"... 인천 계양구청장의 하소연

"전멸시켰다면 환경단체 항의했을 것"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인천 계양산 일대를 뒤덮은 가운데, 윤환 인천 계양구청장이 "국민들이 좀 참을 줄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 구청장은 "계양산이 서식 환경이 굉장히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러브버그가 모여 살고 있다"며 "올해 돌발적으로 발생한 상황이라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1 


이어 "민원을 많이 받다 보니 러브버그의 '러'자만 나와도 잠을 못 잤다"고 덧붙였다.


러브버그는 토양에 도움 주는 '익충'... 방제에 신중


윤 구청장은 "러브버그가 익충이고 토양을 좋게 하는 기능을 해서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만약 방제 작업을 해서 전멸시켰다면 환경단체에서 엄청난 항의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구청장은 "국민들이 좀 참을 줄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계양산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러브버그 사체로 뒤덮인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폭증했다. 등산로 밧줄 손잡이, 나무 울타리, 정상석까지 러브버그가 점령해 등산객들의 불쾌감을 키우고 있다.


Instagram 'kimlark34'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은 생태계 악영향 우려


지자체는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가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화학적 방역을 지양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현재 계단에 쌓인 러브버그 사체를 수거하고, 울타리에 붙은 개체는 물을 뿌려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청은 벌레가 달라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끈끈이 트랩'을 설치해 방제 효과를 높이고 있다. 계양구는 이 같은 방제 작업을 이달 말까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익충'으로 분류... 하지만 시민들은 '불편'


인천 계양산 / 사진 = 인사이트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사람을 물거나 유해균을 옮기지 않을 뿐 아니라, 유충이 낙엽과 토양 내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꿀벌처럼 꽃가루받이를 도와 생태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떼 지어 몰려다니며 사람에게 달려드는 습성 때문에 시민들 대다수는 이들을 '해충'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유리에 달라붙어 안전을 위협하기도 하고, 사체가 쌓이면 산성 성분을 띠는 내장이 건축물이나 차량을 부식시킬 우려도 있다.


윤환 인천 계양구청장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