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석 차지하는 비임산부들, 배려석의 현실
임산부가 아닌 시민들이 임산부 배려석을 점유하면서 정작 필요한 임산부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하철 임산부석 현실 사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개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게시물 작성자 A 씨는 최근 지하철을 이용하던 중 목격한 상황을 사진과 함께 공유했다.
사진에는 흰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신발을 벗은 채 임산부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A 씨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건너편) 앞에 나란히 앉은 엄마랑 어린 딸이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딸을 무릎 위에 앉히더라. 그 앞에 서 있던 여자가 뒤돌아서 앉는데 임산부 배지가 보인다. 여자가 서 있던 곳 바로 앞이 임산부석인데 왜 서 계셨지 싶었는데 노인이 신발 벗고 지하철 바캉스를 즐기고 있었다"라고 A 씨는 전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노인 옆 임산부석에는 배가 나온 중년 남성이 앉아있었다는 점이다. A 씨는 "너무 더운 날이고 지친 거 이해하는데 굳이 비어 있는 노약자석 옮기기가 귀찮아 만삭인 임신부를 무시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임산부석 인식 개선 필요성 대두
A 씨는 이 경험을 통해 임산부석에 대한 자신의 인식도 변화했다고 밝혔다.
"막상 사람이라는 게 배려가 정말 필요한데 무시당하는 걸 보니까 생각이 바뀐다. 똑같은 돈 내고 나에게 아무 득도 없는 저 임신부석이 텅텅 비어있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또한 "무엇보다 배려석을 자리 맡겨둔 것처럼 당연히 내 자린데 하는 극단적인 임산부들 때문에 더 반감이 있었나 보다. 현실은 임산부석이라고 말 한마디 못 하고 기를 쓰고 무시하는 사람 앞에 배지만 달랑달랑 보이는 여성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물에 한 누리꾼은 전날 아침 출근길에 목격한 상황의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에는 젊은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임산부 정보 공유 오픈 채팅에 올라오는 사진들 보면 대부분 할머니나 아줌마들이다. 사회생활 안 해서 배려의 개념이 없는 듯", "남자가 앉든 여자가 앉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정작 필요할 때 임산부가 앉지 못하는 상황이 중요하지. 그걸 고쳐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노약자석 비어 있었으면 임산부가 가서 앉지 왜 굳이 그 앞에 있는 거냐", "배려석이지 의무는 아닌데 왜 그걸 찍어서 공유하지", "누구나 똑같은 돈 내고 타는 대중교통이고, 배려일 뿐 권리는 아니다" 등의 반대 의견도 제시됐다.
한편 임산부 배려석은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고 임산부 배려 문화를 확산하고자 2013년 서울 지하철에 도입된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지난해부터는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