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미등기 건물, 설계도면에 '골프연습장' 명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내 미등기 건물의 설계도면에 '골프연습장'이라는 용도가 명확히 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해당 시설이 '창고'나 '경호시설'이라던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기존 해명과 상충되는 내용이다.
지난 1일 KBS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매체는 3년 전 대통령실 관저에 지어진 미등기 건축물의 설계도면을 입수했다.
도면 하단에는 '한남동 골프연습장'이라는 용도가 뚜렷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도면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길이 11m, 너비 7m, 최대 높이는 6m에 달한다. 면적은 약 70㎡(약 21평)로, 이는 일반적인 골프 연습시설에 필요한 공간 규모(길이 6m, 너비 4.5m, 높이 3.5m)에 들어맞는 규모다.
KBS 취재진은 설계도면에 명시된 업체들을 직접 찾아가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설계업체 관계자는 도면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공사에 참여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도면은 저희가 (공사) 작업을 하되, 우리가 작업을 하잖나. 이렇게 (설계도를) 주니까 이것을 OOO(설계업체)에서 우리가 받은 것"이라며 해당 도면대로 공사가 진행됐음을 시인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설계 도면에 기재된 날짜다. 경호처는 해당 건물 건설 계약을 2022년 7월 현대건설과 체결하고 8월에 완공했다고 밝혔으나, 설계 도면에는 그보다 한 달 앞선 6월 3일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는 계약 체결 전에 이미 '골프연습장' 건설 발주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시설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부터 계속되어 왔다. 당초 스크린 골프장 의혹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창고'라고 해명했으며, 이후 경호처는 '경호시설'이라고 말을 바꿨다.
올해 초 감사원은 이 시설의 내부 마감재에 골프연습장에 필요한 자재가 사용됐다는 경호처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이는 해당 시설이 처음부터 골프연습장으로 계획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경호처 발주로 이 시설 건설을 총괄한 현대건설은 KBS에 "경호처와의 계약 등을 이유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김종철 당시 경호처 차장은 매체와의 통화에서 해당 건물이 "골프연습장과 휴게실, 대기 초소와 체력 단련 시설로 이루어진 건물"이라고 확인했다.
이는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김성훈 당시 경호처 차장이 골프연습시설의 존재를 부인했던 것과 상반되는 증언이다.
김종철 전 차장은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과 함께 공사 위치와 용도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도 밝혔다.
공사에 참여한 또 다른 관계자는 KBS에 김용현 전 처장이 수차례 찾아와 공사 현장을 직접 챙겼다고 증언하며, 김 전 처장이 위성 사진에 해당 건물이 찍히지 않도록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용현 전 처장은 국방부 장관으로, 김종철 전 차장은 병무청장으로 각각 영전했다.
검찰과 감사원은 해당 건물이 경호처 예산으로 지어진 것에 대해 합법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