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온 아기 점박이물범, 석 달 만에 바다로 귀환
지난 3월 27일, 강원도 양양군 해안가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점박이물범이 발견됐다.
태어난 지 두세 달 정도로 추정되는 이 아기 물범은 발견 당시 심각한 쇠약 상태였다.
외상은 없었으나 사람을 보고도 도망치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없었으며, 몸길이 1.1m에 비해 몸무게는 12.5kg에 불과해 정상 체중(약 20kg)보다 현저히 낮았다.
국립공원공단에 구조된 아기 물범은 탈수와 영양 부족 상태로 치료를 위해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집중적인 재활 훈련을 통해 두 달 반 만에 체중이 20.1kg 증가하는 등 건강을 회복했다.
러시아에서 온 희귀한 방문객
아기 물범의 출신지를 밝히는 데는 왼쪽 뒷다리에 부착된 노란색 태그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인식표의 고유번호를 추적한 결과, 이 물범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극동해양 자연보호구역(Rimsky-Korsakov Archipelago)에서 지난해 12월 말~1월경 태어나 3월 6일에 방류된 개체로 확인됐다.
김일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에서 태어난 물범들이 방류 한 달 만에 우리나라 해역까지 온다는 사실을 밝혀낸 점이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용락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생물다양성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점박이물범은 중국 발해만을 오가는 서해에서 주로 발견된다"면서 "러시아 보호구역에 사는 점박이물범들은 그곳에 연중 머무르는 특성이 있고, 우리 동해안이 바위가 많지 않고 단조롭다보니 휴식할 공간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잘 내려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례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어린 점박이물범이 동해 연안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멸종위기종 보존에 희망의 빛
해양수산부는 구조 석 달 만인 지난 25일, 강원도 강릉 사근진해변 인근 해역에 회복된 아기 점박이물범을 방류했다.
연구진은 이동 경로와 속도 등 과학적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위성추적 장치를 부착했으며, 이 장치는 물범이 털갈이를 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6개월 이내에 자연스럽게 탈락할 예정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자연으로 돌아간 물범이 다시 극동 러시아로 가서 러시아 연구자에게 발견이 될지, 아니면 우리나라 해역을 이용해 가로림만이나 백령도를 가서 황해를 이용할지 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개체"라고 설명했다.
이 아기 물범이 황해로 이동할 경우, 멸종위기에 처한 점박이물범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안 본부장은 "황해에 점박이물범이 6백 마리 정도 머무는데,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들면 근친 교배가 일어나는 상황이 돼 버려 유전적으로 굉장히 약해진다"며 "러시아 태생 물범이 몇 마리라도 동해와 황해를 왔다갔다하면 서로 다른 개체군의 번식과 교류가 일어날 수 있어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