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대변 묻힌 채 쓰러진 남편 방치해 사망... 법원서 '무죄' 판결 받은 이유

술 취해 대변 묻힌 채 쓰러진 남편...조치 없이 외출한 아내 '무죄'


술에 취해 대변까지 묻힌 채 집 현관에 쓰러져 있던 남편을 그대로 두고 외출했다가 남편이 숨진 뒤 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내. 그러나 배심원단은 '고의적 유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8일 의정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유기 혐의로 기소된 아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피고인 A씨의 요청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당시 상황은 이렇다. 지난 2023년 5월 20일 오전 10시쯤, 경기도에 있는 자택에 귀가한 A씨는 현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편 B씨를 발견했다. 남편은 의식을 잃은 듯 보였고 속옷과 다리에는 대변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A씨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남편 사진만 몇 장 찍은 뒤 외출했고 오후 3시쯤 딸과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여전히 쓰러진 상태의 남편을 보고 이상함을 느낀 A씨는 119에 신고했지만 B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검찰은 A씨가 '즉시 구호 조치를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유기죄로 기소했다. 특히 A씨가 경찰에 "발견 직후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기관의 의심이 커졌다.


그러나 A씨 측은 B씨의 죽음을 예견할 수 없었고, 위급한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방치한 동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가족들 진술에 따르면 B씨는 평소에도 과음을 일삼았고 술에 취하면 아무 데서나 잠드는 경우가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A씨 역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하다 하다 바지에 대변까지 봤다"고 말하며 당혹감을 드러냈고, 귀가 전엔 "대변은 치워놨으려나"라고 말하는 등 남편의 사망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초기 거짓 진술에 대해서는 "남편이 단순히 실수한 뒤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 대한 후회와 당혹감 때문에 잘못 진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와 배심원단은 이러한 해명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화가 났던 사정까지 숨김없이 진술했다"며 "이들의 관계와 피해자의 평소 음주 습관, 사건 당시 사진 등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피고인에게 유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