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경찰의 '거짓 증거'로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려 2년간 지옥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경찰의 '거짓 증거'로 2년간 '성추행범' 누명 쓴 남성


지하철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남성이 1년 8개월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약 2년 만에야 '성범죄자' 누명을 벗어던진 남성. 그의 변호사는 경찰의 '증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5일 JTBC '사건반장'에는 한순간에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려 2년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남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서 탑승해 강남역에서 하차했다. 출근 시간이었던 탓에 지하철 내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탑승해 있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문제는 며칠 뒤 경찰로부터 "당신은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여성 승객의 신체 부위를 3회 움켜쥐는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 오면서 생겨났다.


당시 A씨는 맹세코 여성을 성추행한 적이 없어 경찰의 전화를 '보이스피싱'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화는 보이스피싱이 아니었다. 경찰은 "피해자는 피혐의자가 강남역 4-1칸에서 하차했다고 진술했다"며 역 내 CCTV 분석 결과, 피해자가 진술한 피혐의자의 인상착의와 A씨의 인상착의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4-1칸에서 하차한 남성을 포함해)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 십여명 사진을 피해자에게 전송한 결과 피해자가 A씨를 지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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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구체적인 지목, 경찰이 제시한 증거 등으로 '성범죄자' 누명을 쓴 채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억울한 마음에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A씨의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같은 위치에 서 있다가 한 정거장 차이로 내렸기 때문에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겠다고 생각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CCTV를 분석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는 "(A씨가 서 있던 곳이) 경찰의 수사대로 4-1칸이었다면 옆에 3칸짜리 노약자석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석이었다"며 "승객들이 빠진 다음 확인해 보니 (A씨가 있던 곳은) 3-3칸이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와 '진짜' 성추행범이 탑승한 칸은 4-1칸이 맞지만, A씨가 탑승한 칸은 이와 전혀 다른 3-3칸 이었던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게다가 경찰이 주장한 피해자의 인상착의와 실제 피해자의 인생착의 역시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흰색 마스크를 끼고 하의를 덮는 카키색 점퍼를 입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피해자는 하의를 안 덮는 회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피해 여성 역시 전혀 다른 이를 피해자로 지목한 경찰에게 당혹감을 느꼈다고 한다. 피해 여성은 법정에서 "경찰이 제시한 사진 속 피해 여성은 제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A씨는 "수사가 엉터리니까 검사가 항소를 포기했다"며 1년 8개월 만에 성추행범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은 제게 사과도 하지 않았고 피해 보상도 하지 않았다"며 "20년 전부터 지병이 있었는데 그 지병 때문에 공황장애가 생겨 치료를 받는 중 이런 일이 벌어졌다. 아내는 절 믿어줬지만 이 일만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의 변호사는 "경찰이 CCTV를 확인하며 3호 차량인지 4호 차량인지 몰랐을 리가 없는데 그냥 4호 차량이라고 단정 지었다"며 "범인을 먼저 지정해 놓고 끼워 맞춘 것 같다"고 말헀다.


현재 A씨 측은 해당 사건의 담당 수사관을 '허위 공문서 작성'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