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자동차가 사람을 가뒀다"... '한남동 테슬라 급발진' 의혹, 4년 만에 법정으로

테슬라 모델 X 사망사고, 유족 측 "급발진 의혹" 제기하며 소송


테슬라 모델 X 차량 사고로 사망한 대형 로펌 변호사의 유족들이 급발진 의혹을 제기하며 테슬라 미국 본사와 한국 지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19일 유족 측 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테슬라 본사와 테슬라 코리아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2020년 12월 9일 발생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 윤 모 씨가 대리기사 최 모 씨가 운전하는 자신의 테슬라 모델 X 차량에 탑승 중 주차장에서 벽을 들이받아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는 운전자 과실로 결론 났으나, 유족 측은 뒤늦게 차량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테슬라 모델 X / 뉴스1


차량 데이터 분석 결과 급발진 의혹 제기


하 변호사는 모델 X 차량의 '텔레매틱스(무선통신)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급발진 의혹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로 기록됐음에도 주행 속도가 충분히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리기사가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증거라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보통 자동차 사고가 나면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확인하지만, 이 사고에서는 벽에 충돌 직후 화재가 발생해 EDR 데이터가 소실됐다"고 하 변호사는 설명했다.


사진 제공 = 용상소방서


다행히 테슬라 차량은 EDR 외에도 작동 데이터를 텔레매틱스 데이터로 저장해 테슬라 서버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를 통해 사고 직전 차량 주행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 변호사는 "텔레매틱스 데이터에 따르면 6초 전 시속 55.84km에서 6초 동안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로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6초 후 속도가 단지 시속 39km 증가한 94.95km에 머물렀다"며 "이 차량의 제로백 시간은 4.6초이므로, 6초 동안 가속페달을 100% 밟았다면 이 정도 속도밖에 나오지 않았을 리 없다. 따라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장치 작동 여부도 쟁점


유족 측은 텔레매틱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차량의 안전장치 작동 여부도 문제 삼았다.


레이더 인식 관련 데이터가 '0'으로 기록돼 있어 전방 장애물을 인식하는 '자동긴급제동장치'(AEB)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에어백 작동 불량과 사고 당시 차량의 모든 문과 트렁크가 열리지 않아 신속한 구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내용도 소송에 포함됐다.


대리기사 A씨 / 뉴스1


하 변호사는 "우리나라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주행하다 사고가 난 경우에는 결함을 추정하도록 되어 있다"며 "대리기사가 아파트에 진입한 뒤 정상 주행 중에 갑자기 급발진이 발생했으니 차량 결함을 추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고와 관련해 대리기사 최 씨는 지난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금고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소송은 사고 원인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