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등 접촉 금지...주거지 제한·보증금 1억 원 조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법원이 조건부 보석을 허가했다.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자동 석방과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사건 관계자와의 접촉 금지, 주거지 제한 등의 엄격한 조건이 부과됐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김 전 장관에게 적용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에 대한 보석을 허가하며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1심의 구속 기간은 최장 6개월이나, 그 기간 내 심리를 마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구속 만료 전 보석 조건을 부과해 출석 확보와 증거인멸 방지를 도모하는 것은 통상의 실무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정한 보석 조건, 크게 8가지
김 전 장관은 법원이 지정한 일시와 장소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무단 출국해서는 안 된다.
외국 방문이나 3일 이상 국내 여행도 사전에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사건 관련 피고인, 참고인, 증인 및 그들의 친족·대리인과의 직·간접적 접촉도 전면 금지된다. 연락 수단은 전화, 편지, 팩스, 이메일, 문자, SNS 등 전 방위로 차단된다.
보증금은 1억 원으로 정해졌으며, 피고인 본인 또는 배우자, 자녀, 변호인이 제출하는 보석보증보험증권으로 갈음할 수 있다.
법원은 보석 조건 위반 시 보석 취소와 보증금 몰수는 물론, 1천만 원 이하 과태료나 20일 이내의 감치 처분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불법 구속 연장...항고·집행정지 신청"
보석 허가 결정 직후 김 전 장관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보석은 형식만 다를 뿐 사실상 구속 상태를 부당하게 연장하는 조치"라며 "항고와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구속 재판 원칙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김 전 장관의 명령에 따라 계엄 임무를 수행한 국군 장교들의 명예와 권익 보호를 위해 위법한 결정을 끝까지 다투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앞서 보석을 한 차례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고, 두 번째 청구는 스스로 취하한 바 있다.
검찰 "출석 거부·회유 우려...조건부 석방 필요"
검찰은 이번 보석에 앞서 지난 12일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들의 구속 만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석방될 경우, 사건 관계인을 회유하거나 수사에 비협조할 우려가 있다"며 "출석 확보를 위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전 장관 측은 검찰의 이 같은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검사가 걱정이 지나치다. 사람을 만난다고 모두 범죄 공모가 되는가"라며 "김 전 장관은 다른 사령관이 석방되기 전까진 자신도 출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항변했다.
김 전 장관은 보석 조건을 이행하는 즉시 검사의 석방 지휘를 받아 구치소에서 풀려나게 된다. 다만 보석 조건이 실질적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수준이라는 지적과 함께, 향후 항고 절차와 법원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