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5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로 급등
외식 물가가 5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인 24.6% 급등했으며, 김밥·햄버거 등 직장인 점심 메뉴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 '런치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100에서 지난달 124.56으로 24.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외식 물가 상승 속도는 1.5배에 달한다.
특히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점심 메뉴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며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점심+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39개 외식 품목 중 김밥(38%)과 햄버거(37%)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떡볶이, 짜장면, 라면, 갈비탕 등도 30%를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전체 외식 품목의 77%에 해당하는 30개 품목이 2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구내식당 식사비도 5년 새 24% 올랐다.
외식 물가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식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본격화된 배달 수수료 부담이 꼽힌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같은 기간 22% 올랐고, 가공식품 가격은 24% 상승했다. 밀가루, 치즈, 설탕 등 외식업에 필수적인 재료들의 가격이 고환율과 기후변화로 일제히 상승했다.
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자급률이 낮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원/달러 환율이 2020~2021년 1200원대에서 현재 1350~1400원대로 오른 것이 큰 부담"이라며 "코로나19 당시 급등한 물류비 역시 외식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에도 가격을 연이어 인상했고, 스타벅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올해 초부터 고환율과 국제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배달앱 수수료도 외식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된다. 일부 업체들은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락 품목의 이중가격 도입이 지난해 11월 도시락 소비자물가지수를 전년 대비 11.1% 상승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식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기 위해 원재료 가격 안정과 함께 유통 구조 개선, 중장기 기후변화 대응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농축산물 평균 유통비용률은 49.2%에 달한다. 소비자가 1만원어치 농산물을 살 때 절반가량이 유통비용이라는 의미다.
이상현 교수는 "환율 급등에 대응하는 안전장치와 함께 고물가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농식품 바우처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외식 물가를 포함한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 확대 등 수입 원재료 가격 안정 대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