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집 나간 엄마 27년 만에 찾아간 아들이 '화' 한번 못 내고 돌아온 슬픈 이유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8살이었던 아이는 가족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를 27년 만에 만났다. 남성은 도망간 엄마에게 화를 낼 법도 했지만 현재 상황을 알고는 화 한 번 내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27년 만에 엄마를 보고 왔다는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가 8살이었을 때 엄마는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도망갔다. 매일 술에 취한 채 처자식을 때리는 남편의 손아귀에서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간 엄마를 A씨는 원망하며 자랐다. 그녀가 사라지자 아빠의 매질은 한곳, 바로 자신에게로 향할 뿐이었다.


그러다 그의 아빠는 2년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났고, A씨는 할머니와 단칸방에 남겨진 채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역 후 할머니마저 그의 곁을 떠나며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 그럼에도 A씨는 어찌어찌 살아냈고, 현재는 사회에서 제 몫은 할 수 있는 서른다섯의 나이가 됐다.


그는 문득 집을 나갔던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A씨는 "지금껏 찾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었다"면서 어렵지 않게 엄마를 찾았다고 밝혔다.


엄마와 연락이 닿은 A씨는 며칠 뒤 엄마가 사는 곳에 다녀왔다. A씨는 이 만남에서 집을 나간 후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듣게 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엄마는 처자식을 때리는 남편에게서 벗어나 1년 뒤 재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그의 새 남편은 큰 아이가 8살 때 사망했다.


심지어 둘째 아이는 지적장애가 있어 보살펴야 했는데, 그녀도 몸이 약한 편이라 아이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큰 아이가 좋은 곳에 취직해 매달 생활비를 보내 가정에 도움이 되고 있었다.


집을 나간 엄마의 삶을 알게 된 A씨는 '얼굴도 모르고 존재만 알던 동생이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에 엄마랑 동생이라는 큰 짐을 짊어지고 열심히 사는 게 기특하더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를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콱 조이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게 무슨 기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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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엄마에게 생활에 필요한 이것저것을 챙겨준 후 담담히 헤어졌다. 이후 집에 돌아와서도 괴로움이 가시질 않았다고 한다.


글의 말미에 A씨는 "나이가 들면 무뎌진다더니 무뎌져도 욱신거리긴 한가보다"라고 읊조렸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고생 많으셨네요", "엄마도 분명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해 안타깝네요", "내가 다 가슴이 먹먹하다", "사람 인생 참...", "마음이 아프다" 등의 댓글을 달며 A씨를 위로했다.


만약 당신이라면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가족을 몇 십 년 만에 보게 됐을 때 어떤 마음일 것 같은가. 또 그 가족의 기구한 삶을 들었을 때, 그를 덤덤히 용서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