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도심 속의 고찰 '봉은사'. 이 봉은사 땅을 두고 가끔씩 진통이 올 때가 있다.
그도 그럴 게 봉은사가 위치한 땅 인근에는 경기고와 코엑스가 자리 잡고 있고 가까운 곳에 현대차그룹의 GBC가 들어설 예정이다.
가까운 잠실에도 대형 개발 호재가 있는 상황.
실제 봉은사가 지키고 있는 곳의 땅값은 2년 전 이 일대의 부동산 평균 가격 평당 1억 3936만 원을 기준으로 2조 5000억 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더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이 본다면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서울 노른자 땅에 고찰이 있는 걸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봉은사가 같은 자리에서 1000년 동안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심지어 70년 전만 해도 이 땅은 허허벌판이었다.
지금 봉은사가 있는 곳은 본래 수도산(修道山)이라는 산이었다. 서기 794년인 통일신라 때 처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며 조선 중종 시기에 봉은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한양에서 봉은사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했다.
현재처럼 가치가 오르기 시작한 건 6·25전쟁 이후다. 서울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새로운 시가지 개발을 세우게 되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봉은사는 본래 경기도 광주군에 속에 있으나 이때 서울로 편입이 되면서 도심 속 사찰로 자리 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진통도 적지 않았다. 봉은사의 땅은 본래 20만 평에 이르렀으나 일부 부지는 경기고 이전을 이유로 정부에 넘겼고, 절반은 1970년대 5억 3천만 원이라는 헐값에 팔려나갔다.
부유한 절의 주지스님 임명권을 두고 갈등이 터져 나오기도 했는데 1988년에는 폭력배까지 동원돼 싸움이 벌어졌다. '봉은사 사태'로 불린다.
좋지 않은 일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봉은사는 나라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큰 역할을 해왔던 고찰이다.
조선시대에는 스님을 뽑는 승과 시험을 치르던 곳으로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망명 있는 승려들이 나와 임진왜란 등에서 활약했다.
1925년 인근에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 당시 주지였던 청호 스님은 재산의 절반을 털어 배를 구입하고 잠실 인근의 주민들을 구조하기도 했다.
100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도심 속 사찰 봉은사는 오늘날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휴식처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소로 남았다.
땅값 그 이상의 가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