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당신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가.
여기 한 사진작가는 자신을 희생해 아름답고 신비로운 화산의 사진을 담아냈다.
바로 미국의 사진작가 로버트 에머슨 랜스버그(Robert Emerson Landsburg)의 이야기다.
1931년 11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유명한 사진작가는 아니었다.
그는 오랫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했지만 그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거친 느낌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고 잡지사에 사진을 보낼 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런 랜스버그는 한곳에 꽂혀있었다. 바로 워싱턴주 스카마니아군에 있는 세인트헬렌스 산(Mout St. Helens)이었다.
당시 휴화산이었던 세인트헬렌스 산은 123년 만의 화산 폭발 장면을 포착하려는 수많은 사진작가들의 관심을 받던 곳이었다.
1980년 5월 18일 아침, 그는 세인트헬렌스 산에서 폭발의 징후가 보였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는 정상에서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땅이 흔들리고 화산재가 분출하기 시작하자 다른 사진작가들은 모두 산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그는 이 순간을 더 오래 포착하기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가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화산재 구름이 자신을 향해 내려오자 그는 자신이 살아서 나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
끝까지 사진을 찍은 그는 필름을 케이스에 넣어 감고 카메라와 함께 배낭에 넣은 다음 배낭을 꽉 끌어안아 보호했다. 그는 그렇게 거대한 화산 속에서 스러졌다.
17일 후, 화산 폭발이 끝나고 화산재 속에서 그의 시신과 함께 카메라와 필름이 든 배낭이 발견됐다. 배낭을 안고 보호한 덕에 그의 시신은 훼손됐지만 필름은 무사했다.
필름 속 그의 마지막 유작은 너무도 신비로웠다.
화산재를 강렬히 분출하는 화산의 위력이 그의 필름 속에 생생히 담겨 있었다.
123년 만의 폭발, 그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그의 유작은 이듬해 1월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판으로 발간돼 수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유작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랜스버그가 목숨을 바쳐 찍은 이 사진들은 지금까지 지질학적으로 매우 귀중한 기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