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 1년간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은 성관계를 갖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1년 전 같은 조사에서 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일 문화일보는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취준용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의 '2021 서울 거주자의 성생활'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조사는 지난 1~5월 서울 지역 만 19세 이상 남녀 2,18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그 결과 1년간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36%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여성 43%, 남성 29%로 나타났다.
섹스리스 이유로 여성 4명 중 1명(24%)는 '흥미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특히 20대의 섹스리스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20대(19~29세) 남성 중 지난 1년간 성관계를 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58%를 차지해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적게 나타났다.
20대 남성 중 24%는 성관계를 하고 싶었지만 파트너가 없어 하지 못한 비자발적인 금욕 상태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이유로 성관계를 못 했다는 여성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성관계 자체에 흥미가 적극적이지 않은 이 현상에 연구를 진행한 염 교수는 "20대 남녀가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일종의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염 교수는 성관계에 흥미를 잃은 20대 여성들이 늘어났고, 페미니즘 담론이 확산하면서 결혼과 출산뿐만 아니라 연애와 성관계까지 거부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여성은 가부장제에 대한 반감과 실망으로, 남성은 파트너를 찾지 못하는 상황으로 모두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평했다.
앞서 2000년 미국 화이자가 진행한 '세계 성태도 및 성행동 연구(GSSAB)' 한국 편에서는 1년 동안 성관계를 하지 못한 성인은 11%로 나타난 바 있다. 21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연구를 진행한 염 교수는 "20년 전에도 한국은 세계에서 섹스 빈도수가 거의 최하위를 기록했다"며 "20년이 지난 현재 그 수치가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성관계가 계층화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년간 성관계를 했다고 답한 여성 중 중·상위층은 65%인 반면 하위층은 53%에 불과했다.
염 교수는 "만약 같은 계층 같은 지역 사람끼리만 성관계한다면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는 정서나 태도가 특정 계급과 지역에만 머무르고 굳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