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현금 부족했던 '불곰국' 푸틴이 무기로 빚 갚아서 한국 국방력에 미친 '나비효과'

대공 미사일 신궁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오늘날 천궁, 신궁, K-2 전차, 현무 미사일 등은 한국군의 주력 무기로 국방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러시아제 무기를 도입한 '불곰 사업'의 결과다. 


1991년 노태우 정권 당시 한국은 소련과 수료할 목적으로 우리 돈 1조 6,566억 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련이 붕괴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러시아는 상환을 미뤘다. 


결국 러시아는 일부는 돈으로 갚으면서 부족한 부분은 무기로 상환하겠다고 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것이 1994년에 이뤄진 1차 불곰 사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GettyimagesKorea


1차 불곰 사업으로 한국은 러시아에서 전차와 장갑차, 휴대용 공용화기, 헬기 등을 도입했다. 미국의 무기 체계를 갖춘 한국군에 러시아 무기가 도입된 첫 사례였다. 


보리스 옐친 제1대 러시아 대통령 이후 2대 대통령으로 재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같은 방법을 선택했다. 


아직 갚지 못한 빚의 일부를 무기로 갚겠다는 러시아의 의견을 한국 측이 다시 수용하면서 2차 불곰 사업으로 이뤄졌다.


2차 불곰사업에서는 T-80U 전차와 BMP-3 장갑차, 무레나 등 6종의 무기가 도입됐다. 


T-80U 전차 / 뉴스1


BMP-3 장갑차 / 뉴스1


2006년 무레나 도입을 끝으로 2차 불곰 사업이 마무리됐고, 남은 차관은 2007년부터 매년 두 차례 3500만 달러씩 현금으로 받는 중이다. 


애초 한국에서는 빚을 현물로 갚겠다는 러시아의 입장에 반대 목소리가 컸으나 두 차례의 불곰 사업으로 한국군의 러시아의 군사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고 독자적인 무기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러시아의 최신식 전차였던 T-80U 전차의 경우 그 장점들이 반영된 K-2 전차 개발로 이어졌고, 


또한 북한과 중국의 무기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중국과 북한의 무기들은 대부분 러시아제이거나 러시아제를 바탕으로 개발된 무기들이기 때문에 상대의 전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무레나급 공기부양정 / 뉴스1


카모프 헬기 / 뉴스1


불곰 사업은 공산 진영이 수장이었던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빚 독촉을 한다는 것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했다. 


러시아와 교류가 물꼬를 트면서 한국산 초코파이와 컵라면이 러시아에 소개됐다. 러시아로 건너간 초코파이와 컵라면은 러시아에서 오늘날까지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현재는 3차 불곰 사업을 논의 중에 있다. 다만 러시아는 남은 차관 전액을 방산 물자 및 군사 기술로 제공하겠다는 입장이고 한국은 절반은 현물, 나머지는 현금으로 받겠다는 뜻이어서 진척되지 않고 있다. 


2019년에는 러시아가 카모프 소방헬기로 상환하겠다고 제의해왔으나 아직 한국 측에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