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남자·여자 성별 구분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 만드는 성공회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성소수자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대중이 쉽게 이용하는 공중 화장실에서 이들은 마음 편히 시설을 이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급기야 이용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대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 588명 중 65.3%를 차지했다.


40.9%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화장실 이용 자체를 피하고자 음식물이나 음료 섭취를 하지 않은 경험도 39.2%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성 중립 화장실'에 대한 첫 포문을 연 사례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1인 화장실'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서울 성공회대학교 학생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가 올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운영 계획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면서 성 중립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5일 중앙운영위원회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 중립 화장실로 불린다. 성별뿐만 아니라 나이, 장애 여부, 성적 지향,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의미한다.


비대위는 "불법 촬영은 성 구별이냐 성 중립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화장실 자체에 대한 문제"라며 "탐지기를 통한 카메라 확인 등 범죄 예방 조치를 모든 화장실을 대상으로 진행해 안전한 화장실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인권재단사람 사무실 1층에 설치된 '성별 구분 없는 1인 화장실' 표지판의 모습 / 인권재단사람


비대위는 다가오는 여름 방학을 이용해 올해 안에 성 중립 화장실 설치를 위한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5천만 원 정도이며 학내 건물 중 한 곳에 설치된다.


한편 이처럼 성(性) 구분이 가장 엄격히 되는 공간이라 불리는 화장실에 변화를 주고 있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이나 북유럽 등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화장실의 성별 구분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성별 구분을 없앤 화장실 표지판을 사용하는 카페나 식당 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화장실의 성별 구분을 없앨 경우 불법 촬영 등의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