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예비역들에게 군 시절 '삼겹살데이' 물어보면 모두가 젓가락 집어 던지는 이유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군대에서 '파티'라 하면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간단히 막걸리 한 잔 걸치는 게 전부일 듯하다. 


최근 군 급식과 관련한 논란이 크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시절 삼겹살데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보통 힘들거나 중요한 훈련이 끝난 뒤에 삼겹살을 먹곤 했는데 2020년부터는 매월 하루를 '삼겹살 데이'로 지정해 부대원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다.


특식처럼 제공되는 삼겹살에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까까머리 장병들이 함께 삼겹살을 먹으면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화기애애한 그림을 생각하기 쉽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허나 삼겹살데이가 모든 장병들에게 기뻤던 행사는 아니다. 


먼저 각 부대 막내들에게 삽겹살데이는 너무나 귀찮은 행사 중 하나다. 병사들이 직접 식탁 위를 세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대대에서 삼겹살데이 행사를 한다고 할 때 300여 명이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삼겹살데이 자리에 함께한 간부와 선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쌈을 싸서 입에 넣어주는 수고도 덤으로 감수해야 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먹고 나서는 치우는 게 문제다. 


기름으로 뒤덮힌 식판을 하나하나 설거지해야 하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기름이 제대로 닦이지 않고, 다음날 기름기가 말끔이 사라지지 않은 식판에 밥을 먹어야할 때도 있다.


주말에 삼겹살데이를 하는 부대 장병들은 그 고충이 더욱 심할 듯하다. 자신의 쉬는 시간까지 빼앗겨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고기를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기를 굽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삼겹살 몇 점 집어 먹고 나면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푸른거탑'


가끔씩 술을 먹고 취하는 선임이 있으면 술주정까지 모두 받아줘야 한다. 몇몇은 야간 경계를 대신 서주기도 했을 것이다. 


때문에 군 시절 삼겹살데이를 떠올린 일부 예비군들은 "삼겹살데이를 안 하는 게 100배 더 낫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다 같이 축구하고 삼겹살 구워 먹으면 그게 행복", "군대 때는 삼겹살데이가 개꿀잼"이라고 했다. 한 누리꾼은 "짬찌 때는 고통, 짬 차면 행복"이란 의견도 나와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