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한국인임에도 아프리카 마을의 추장이 된 남성이 있다.
1970년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나이지리아를 위기에서 구한 식물학자 한상기 박사(88)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EBS 초대석에는 식물학자 한상기 박사가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195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농학 석사 과정을 졸업한 뒤 1967년 미시간 주립 대학교 대학원 식물유전육종학 박사 학위를 딴 한 박사는 다 읽기도 버거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경력의 소유자다.
특히 그의 이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이지리아 부족의 추장으로 추대된 것.
어떻게 한국인인 그가 아프리카 부족의 추장이 될 수 있었을까.
이는 1971년 서울대 농과대학 교수직 제안을 뿌리치고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있는 국제열대농학연구소(IITA)에 가면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나이지리아는 극심한 식량난에 처해있었다. 내전을 겪으며 50만 명이 넘는 아사자가 발생했으며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았고 인구는 증가하면서 먹을 것이 부족해 굶어 죽는 이들이 넘쳐났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인 카사바가 병에 걸려 말라 죽으면서 식량난은 더욱 심해졌다.
이때 IITA 연구소장이 그에게 카사바 품종 개량을 맡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왔다.
카사바를 먹어 본 적도, 본 적도 없던 그는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한 박사는 나이지리아 전역을 돌면서 재래종 카사바 종자를 수집하고 카사바의 원산지인 브라질로 가서 우수한 카사바 종자를 받아왔다.
카사바를 공격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한 저항성 유전자원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브라질에서 가져온 카사바와 다른 종류의 카사바를 교배해 수천 개의 계통을 만든 뒤 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계통을 선발, 새로운 '슈퍼 카사바'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슈퍼 카사바는 나이지리아는 물론 다른 아프리카국가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한 박사는 나이지리아 이키레 마을의 추장으로 추대됐다.
한 박사는 실제로 추장 역할을 하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한상기 박사의 이야기를 접한 누리꾼들은 "이렇게 대단한 분을 왜 몰랐을까?", "저 정도면 노벨상 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멋진 분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존경심을 표했다.